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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중수교 30주년 '탈중국’ 미국만 쫓다간 경제 리스크…딜레마에 빠진 한국 (2022.08.22)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2-28 00:38
조회
24


② 기울어지는 교역

 



[한·중 수교 30년] ‘탈중국’ 미국만 쫓다간 경제 리스크…딜레마에 빠진 한국


교역액 47배나 늘었지만…

한국의 대중 무역 비중 24%
중국은 전체 6%로 큰 격차
의존도 심화로 잠재적 위험

‘교역액 47배 증가.’ 1992년 수교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한·중 양국 모두 경제협력을 수교 30년의 가장 큰 성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정치·외교적으로는 양국 사이의 부침이 적지 않았으나 경제적으로는 보완적 협력을 통해 끊임없이 관계를 발전시켜온 것이 지난 30년의 한·중관계다.



하지만 경제를 중심으로 발전해온 양국 관계는 이제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밀접해질수록 한국의 대중국 의존도는 높아졌고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은 양국의 비대칭성을 심화시켰다. 또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산업 고도화로 갈수록 양국 경제의 상호보완성이 약화되고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 경쟁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외부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디커플링(탈동조화) 움직임은 대중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대중 정책 기조가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협력하면서 동시에 ‘탈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한국 경제의 숙제로 떠올랐다.



[한·중 수교 30년] ‘탈중국’ 미국만 쫓다간 경제 리스크…딜레마에 빠진 한국


교역액 47배, 대중국 의존도 심화

수교 이후 30년 동안 한·중 경제협력 수준은 괄목할 만한 변화를 이뤘다. 1991년 63억8000만달러 수준이던 양국 간 교역액은 지난해 3015억4000만달러로 47배 이상 늘어났다. 또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1992년 26억5400만달러에서 지난해 1629억1300만달러로 61배 이상 증가했으며, 수입액도 37억2500만달러에서 1386억2800달러로 37배 넘게 늘어났다. 중국은 이미 2003년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됐고, 2007년에는 일본을 넘어 최대 수입국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양국 간 교역 확대는 한국의 대중 의존도를 심화시켰다. 한국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3.5%에서 지난해 25.3%로 7배 이상 커졌다. 대중 수입 비중도 1992년에는 4.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2.5%로 5배 가까이 확대됐다. 전체 수출입의 4분의 1가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 한국이 3번째 무역 상대국이긴 하지만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 정도에 그친다.

대중 무역 의존도 심화는 한국 경제에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도 자리 잡았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이나 지난해 요소수 사태는 이 같은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 5월 내놓은 ‘한국 경제 산업 핵심물자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는 한국이 관리해야 할 핵심 수입 품목 228개 가운데 75.5%인 172개가 중국산이라고 분석했다. 또 기업 간 거래가 많고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이 취약하다고 판단되는 133개 품목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95.4%(127개)나 됐다. 보고서는 “핵심 수입 품목이 중국에 편향되면서 우리의 전체 공급망이 취약해진 현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입선 다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동맹의 적극 참여 등을 통해 핵심 수입 품목 중국 편중 현상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중 수교 30년] ‘탈중국’ 미국만 쫓다간 경제 리스크…딜레마에 빠진 한국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중국의 산업구조와 한·중 무역구조가 변화하면서 양국 경제가 보완적 협력관계에서 경쟁적 관계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수교 초기 단순 경공업과 중화학 위주로 이뤄지던 양국 무역은 그동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가치 품목을 중심으로 전환됐다.

중국의 산업구조도 고도화됐다. 중국은 과거 저임금 노동과 저부가가치 산업에 의존했던 양적 성장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빠르게 첨단기술 산업을 육성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2010년 이후 세계에서 제조업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했다. 예를 들어 중국은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던 디스플레이 산업 분야 생산 점유율에서도 2017년 한국을 제쳤다. 지난해에는 63%의 생산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무역협회는 ‘한·중 수교 30주년 무역구조 변화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의 산업·무역구조가 고도화되면서 한·중 무역구조는 고위기술산업을 중심으로 고도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양국 교역 이외에 세계 주요 시장에서도 한·중 간 수출 경쟁이 심화됐다”며 “중국의 독자 기술 개발과 중간재 국산화의 가속화에 대비해 대중국 수출 주력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과 종합적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은 제조업 생산의 첨단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하이테크 산업의 비중과 기술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아직은 한국이 중국에 상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산업의 질적 변화로 반도체와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산업 등에서 한·중 간에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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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큰 중국·견제하는 미국…

윤석열 정부, 칩4·IPEF 등
주도적 참여 땐 마찰 불가피
양쪽서 실익 챙길 해법 절실

미·중 전략경쟁 속 실익 챙겨야

30년간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해온 한국과 중국의 경제협력 관계는 미·중 간에 심화되는 전략경쟁과 디커플링이라는 외부적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부 시절 시작된 미·중 간 무역전쟁은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반도체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의 공급망 분리 움직임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올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키고 한국과 일본, 대만에 이른바 ‘칩4 동맹’으로 불리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를 제안했다. 중국은 이런 미국의 움직임을 자국에 대한 공급망 배제와 디커플링 시도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IPEF에 주도적 참여를 선언했으며, 칩4 예비회의에도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한국 정부는 IPEF나 칩4가 중국을 겨냥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중국은 “디커플링에 반대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9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면서 “현재 세계화가 역류를 만나 개별 국가가 경제를 정치화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며 “중·한 양측은 시장 규율을 위반하는 이런 행동을 공동으로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경제안보 동맹 강화를 천명한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 및 공급망 배제 움직임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경우 중국과의 경제적 마찰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미·중 전략경쟁하에서 미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을 배제하지 않고 양쪽 모두에서 실익을 챙기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무역협회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현재 한국에는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미·중 패권경쟁 등 통상 환경 변화에 부합하는 한·중관계의 재설정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며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견제가 중국의 산업 기술력 향상과 중간재 자급률 제고를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는 만큼 한·중 무역구조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응 전략도 요구된다”고 밝혔다.

다만 미·중 디커플링이 우려하는 만큼 급격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최필수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열린 ‘인차이나포럼’에서 미·중 디커플링에 대해 “정치적 담론에 몰두하면 미·중 간에 당장이라도 디커플링이 벌어지고 한·중 경제관계도 그 흐름을 따라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을 느끼게 하지만 2020년 이후 미·중 간 교역과 투자는 전혀 감소세를 보이지 않았다”며 “밸류체인(가치사슬)은 생각보다 튼튼하고 이윤을 추구하려는 기업의 동기는 정치적 반목을 우회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중 디커플링은 그것이 필요한지는 둘째치고 미·중 디커플링을 앞서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https://m.khan.co.kr/world/china/article/202208222132015#c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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