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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세상, 다시 그리는 한중관계] 12. "중국 시장 여전히 중요… 공급망 구축 큰 그림 필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2-27 14:11
조회
62
[민귀식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소장]

미중 갈등 속 탈중국 휩쓸려선 안 돼
테슬라 등 민간기업 중국 투자 확대

시장 이기는 정책은 없어…전략 유지를
정부는 기업을 조용하게 도와주고
기업과 자본의 흐름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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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 대한 미국을 위시한 서구의 견제 상황에서도, 미국 첨단기업인 테슬라는 지난 4월9일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선언했다. 테슬라 기가팩토리(Tesla Gigafactory) 중국 상하이의 전경 /사진출처=테슬라 기가팩토리 상하이 트워터
▲ 중국에 대한 미국을 위시한 서구의 견제 상황에서도, 미국 첨단기업인 테슬라는 지난 4월9일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선언했다. 테슬라 기가팩토리(Tesla Gigafactory) 중국 상하이의 전경 /사진출처=테슬라 기가팩토리 상하이 트워터

미국이 주도하는 탈세계화 나팔 소리가 크게 울린다. 40여 년 전 신자유주의를 주창하며 세계화를 선도한 미국이 이제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기술 발전과 인건비 등 생산요소 가격 변화에 따른 공장 이전은 자본주의 이전부터 늘 존재했던 것이지만, 지금은 미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세계공급망을 재편하려 한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 현상이자 역사의 퇴행으로 평가된다.

1차 산업혁명 때 영국과 3차 산업혁명 이후 미국은 기술 경쟁력을 앞세워 자유무역체제를 강요하며 시장논리를 옹호했다. 그러나 최근 제이크 설리반 미 안보보좌관은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미국의 전통 산업 쇠퇴와 붕괴의 바탕에는 단순화된 시장논리가 있다”고 솔직하게 미국의 경쟁력 부족을 고백했다. 이것이 미국이 주창하는 탈세계화를 전제로 한 '가치 동맹'의 핵심이다. 즉 '가치 공유'가 아니라 미국의 부활에 동맹국의 협력과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기업의 중국 투자 확대가 갖는 의미

우리는 정말 탈세계화 시대에 살게 될 것인가? 사실 글로벌 공급망 변경을 탈세계화라고 할 수는 없다. 단지 중국 중심의 공급 구조를 변경하려는 미국의 '프레임'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급망의 중심이 이동하는 세계화'라고 해야 사태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크게 보면 최근 현상은 미국정부의 강제력이 크다는 점만 다를 뿐, 자본이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본주의 역사의 흐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글로벌 경제가 이 강고한 상황에서 특정 국가의 정책이 자본을 통제할 수 있는지, 또 시장의 힘이 가장 강한 기존의 전례를 뒤엎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이 바로 우리가 갈 길을 찾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붕괴된 제조업을 인위적으로 복구하기 위해 강력한 정책을 펴고 있으나, 테슬라 등 민간기업은 중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19년 최초의 해외공장을 중국 상하이에 착공한 테슬라는 전기차 생산의 52%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또한 지난 4월 9일 대용량 배터리인 메가팩 공장 신설 계획을 공식화한 했다. 결코 시장과 이윤을 포기할 수 없는 자본의 본능적 움직임이다. 중국에서 자본 수익률이 낮아지면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것이지만, 지금은 중국 시장의 달콤함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돈의 본질이고 시장의 힘이다.

▲ 최근 테슬라의 CEO 엘런 머스크가 방중하여 중국 고위 관료 및 경제계 인사와 회담하고 투자계획을 밝혔다. 6월2일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의 현지직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엘런 머스크. /사진출처=엘런 머스크의 트위터
▲ 최근 테슬라의 CEO 엘런 머스크가 방중하여 중국 고위 관료 및 경제계 인사와 회담하고 투자계획을 밝혔다. 6월2일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의 현지직원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엘런 머스크. /사진출처=엘런 머스크의 트위터

탈중국 아닌 선택적 산업 재배치 전략 추진해야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은 계속할 수 없지만, '세계의 시장' 역할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다. 작년 중국의 GDP는 18.3조 달러로 미국의 73%에 육박했지만, GDP에서 내수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불과할 정도로 세계 10대 경제 대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1인당 가처분소득도 수입의 43%로 선진국에 비해 낮다. 이것은 반대로 중국의 내수시장의 성장공간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생산원가를 중시하는 각국 기업은 공장을 동남아로 옮기지만, 시장 친화 제품 생산기업이 중국에 머물거나 투자를 늘리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다. 우리 기업도 이미 동남아로 이전한 시설이 많지만, 중국 시장을 떠난 적은 없다. 따라서 반도체 규제 같은 미국의 파상공세에 눌려 중국시장을 경시하거나 탈중국의 주장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중국에서 7099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고, 세계 4위의 직접투자에 걸맞는 이윤을 창출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안된다는 비관론은 근거가 없다. 다만 중국에서 쉽게 돈 벌던 시절이 아니므로 생존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생산 중심형 기업과 시장 중심형 기업의 중국에서의 생산결정은 달라지겠지만, 시장 중시 전략은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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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석유 위기 때 네덜란드가 범한 어리석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미중 충돌의 파고가 높은 이때, 우리는 1차 석유 위기 때 네덜란드의 잘못된 선택과 그 결과를 되돌아봐야 한다.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을 지원하라는 미국의 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석유 수입국은 형식적인 참여에만 그쳤으나, 네덜란드는 미국의 요구에 충실하게 응했다. 그 결과 OPEC로부터 석유 수입이 금지돼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었고, 일요일 자동차 운전금지(Car-Free Sundays) 조치까지 감수해야만 했다. 그래서 네덜란드는 국제관계의 냉정함을 모른다는 조소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석유 의존도가 높은 현실 앞에서 미국의 요구를 외면했다. 이스라엘을 버리고 중동과 손잡은 것이다. 이것은 실용외교를 넘어선 생존외교라 할만하다. 우리는 미중 갈등에서 정부가 깃발 들고 나서서는 안 된다. 선명한 정치적 기치가 경제에는 시퍼런 멍으로 돌아오게 된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기업을 조용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중국으로 갈 것인지 떠날 것인지는 기업과 자본의 흐름에 맡겨야 한다. 시장이 남는 자와 떠날 자를 결정할 것이다.


러시아 모라토리엄 때 감동세일 성과 되돌아보기

1998년 러시아가 국가부도를 맞았을 때 한국기업은 IMF 사태의 어려움 속에서도 러시아 시장을 지키고 현지에서 사회활동을 강화했다. 다른 나라 기업들이 철수할 때 한국기업은 그들과 어려움을 함께 하는 '감동세일'을 전개해, 세계적인 기업들을 제치고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갖게 되었다. 소련의 붕괴에 이은 국가부도로 자존심이 상한 러시아인은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라는 말을 실천으로 보여준 한국기업에 감동했다. 반세기의 냉전과 반목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런 한국기업의 적극적인 '동고동락'의 의리와 개척정신이 큰 역할을 했다.

중국에서 “사람은 만족만큼 주머니를 연다”는 속담보다 더 큰 힘을 갖는 것은 '보은'과 '보복'에 대한 그들의 계산법이다. “한 그릇의 물을 얻어 마셨으면 한 말의 물로 보답하라”와 함께 “군자의 보복은 10년도 늦지 않다”는 말은 중국인의 심리와 '꽌시(關係)'를 이해하는 열쇳말이다. 러시아인의 강한 자존심과 중국인의 체면 의식은 닮은 데가 있다. 우리가 이들의 심리까지 고려하지는 않더라도, 중국 탈출 주장이 난무하는 때가 바로 시장을 확보하기 좋은 기회라는 것은 상식이다. 인지상정이든 자본의 욕망이든 중국 시장은 여전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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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귀식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소장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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