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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세상, 다시 그리는 한중관계] 8. "청년 중심 도시외교… 한중관계 재구축 디딤돌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2-27 14:10
조회
47
[송영현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

대중국 인식 코로나 이후 부정적 견해
양국 청년들 상대방을 잘 알면서도
거부하기도 하는 특별한 관계

한중 활로 여는 촉매제 역할 가능
서로를 잘 이해 할 수 있는 장 마련
이 몫은 도시정부가 맡아야

패기와 신선함 갖춘 새로운 주체
한중관계 형성의 무한동력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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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는 호혜상생의 관계인가? 상호갈등의 관계인가?

전 세계가 유무형의 정치경제적 긴장 관계에 놓여 있고, 그것이 시민들의 삶 속에 일상화되고 있다. 이 분위기 속에서 호혜적 관계를 유지하던 한중관계 역시 경직되기 시작하였으며, 여러 경제사회지표가 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제 분업구조가 깨진 결과 올 초 대중국 무역수지구조가 적자로 전환된 바 있으며, 여러 여론조사가 설명하는 우리나라 시민들의 대중국 인식은 코로나19 이후 부정적인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 한중관계의 냉각과 경색을 설명하는 위 결과들은 과연 두 나라 시민들의 바람을 대변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시민, 그리고 그들의 일터인 기업은 여전히 중국의 리오프닝 특수를 통해 경제침체를 벗어나길 희망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한국 공급망 협력과 한국문화의 향유는 여전히 중요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와 대중 반도체 수출 확대를 기대하는 뉴스 기사들, 시진핑 주석이 갑작스레 방문한 광저우 LG 공장에 대한 관심, 정치적 긴장에도 중국 시민들로 북적대는 베이징 한국영화제 등이 이를 증명한다. 앞서 언급한 사실들로 미뤄볼 때, 한중 관계는 밉기도, 서로 도움을 주기도 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의 관계이며, 갈등을 최소화하고 호혜·상생을 극대화하는 발전적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그리고 창의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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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갈등과 해결의 주체, 도시의 청년세대

그간의 한중관계에서 협력의 주체는 주로 중앙정부와 기업이었다. 정치영역에서는 중앙정부가, 경제영역에서는 기업이 협력의 주체로서 역할을 해온 바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도가 자리 잡아감에 따라, 2000년대 이후의 도시정부 역시 한중관계의 주요 참여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시정부는 중앙정부와 기업이 담당하는 경성외교를 보완하고, 문화예술, 관광, 청소년 등 다양한 협력의제를 아우르며, 국가 간 연성외교를 시행하는 주체로 부상하였다. 향후 한중 양국의 도시정부는 중앙정부,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중관계 구축과 운영의 핵심주체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상기 전제하에서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양국 도시정부 간 협력을 실시함에 있어 정부관료, 기업, 시민, 관련분야 학·업계 전문가 중 누가 협력을 주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관료와 기업, 일부 전문가들이 협력의 선도자 역할을 해야 할지, 아니면 시민과 같은 새로운 주체를 통해 협력방향을 모색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패기와 신선함을 갖춘 청년들이 협력에 앞장서야 하는지, 아니면 기존 관행대로 전문성과 성숙함을 갖춘 중년 이상의 세대가 협력의 주도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숙고도 필요하다.

수교 이후 30년 동안 중앙정부와 기업, 전문가가 협력의 선도자 역할을 해왔으며 공고한 한중관계 구축에 있어 큰 공헌을 해왔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호혜상생의 분위기가 줄어들고 갈등이 심화되는 작금의 위기상황에서는 답습을 넘어서는 참신한 시도가 필요할 수 있다. 도시 거주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한중관계 모색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를 위해 양국의 도시 청년들이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일단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20-30대의 도시 거주 청년세대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반중정서를 가지고 있다. 도시의 삶 속에서 쉬이 중국을 접해왔고, 이를 통해 자신의 반중정서를 설명할 수 있는 여러 이유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2020년 이후의 많은 여론 조사에서 중국은 우리 청년들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로 꼽힌다. 이들 청년세대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사드배치와 한한령, 홍콩 민주화 탄압, 역사 왜곡 등과 관련하여 중국인이 했던 행동을 직간적접으로 경험하였으며, 그 사실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미디어에서 자극적으로 다루는 중국에 대한 시선들도 촉매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중국인과 그들의 문화를 밀접하게, 많이 접한 것도 청년들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을 기회로 활용한 부모 세대를 지켜본 것도,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된 주변 사람을 경험한 것도 바로 청년들이다. 또한 짜장면이 아닌 마라탕을 자연스러운 음식 문화로 접하고, 중국 인터넷 쇼핑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으며, 자기가 다니는 대학의 수많은 중국 학생과 좋고 싫은 경험을 나누기도 한 세대 역시 청년 세대이다.

중국은 어떠한가?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오랜 시간 스며들 듯 확산되었던 K문화, 대도시 유명 대학의 수많은 한국 유학생과 교류했던 경험, 한국을 수차례 다녀간 우수 관광객이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비자 발급을 제한당했던 불쾌함 등은 중국 청년들에게도 한국에 대한 강렬한 이해와, 격렬한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 양국의 도시 청년들은 상대방을 잘 알면서, 미워하기도 하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 것이다.

서로를 잘 이해하면서도 거부하는 두 나라의 젊은 도시민들은 역설적으로 미래 한중관계를 재구축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내재된 미움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경우, 그 누구보다 훌륭한 교류의 주체로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호이해도가 기존에 비해 높아진 세대로서, 서로에게 무엇이 부족하고, 상대방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자신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실리추구가 보편화된 세대이기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상호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두 나라 청년들의 반중, 반한 정서가 심화되는 현상과는 달리, 서로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 파트너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꽤 우호적인 답을 내리는 여러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양국 도시 청년들 간의 교류 활성화는 경색된 한중관계의 활로를 여는 촉매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어떻게 이들이 서로에 대한 미움을 줄이고, 좀 더 객관적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게 만드느냐이다.

▲ 올초 외국계 기업을 방문하지 않았던 그간의 행보와는 달리, 시진핑 주석이 이례적으로 광저우에 있는 LG 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하였다. /연합뉴스

▲ 올초 외국계 기업을 방문하지 않았던 그간의 행보와는 달리, 시진핑 주석이 이례적으로 광저우에 있는 LG 디스플레이 공장을 방문하였다. /연합뉴스


#청년 중심의 도시외교로 다시 세우는 한중관계

앞선 문제의 해답은 두 나라의 도시 청년들이 좀 더 활발하게, 객관적으로, 깊이를 더하여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 몫은 도시정부가 담당해야 한다. 그간 양국의 많은 도시정부가 청년 세대를 잇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온 바 있다. 단, 대부분의 노력이 단기간에, 일회적인 차원에서 이뤄져 왔다. 이 같은 아쉬움을 덜고, 좀 더 체계적이고 긴 안목으로 청년 중심의 도시 간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두 나라 청년들이 방학과 같은 긴 시간을 활용하여 서로의 도시를 충분히 걷고, 즐기며, 탐험함으로써, 현장지식과 통찰력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시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애착은 발전적인 한중관계 형성의 무한동력이 될 것이다. 청년 중심의 도시외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다.

▲ 송영현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

▲ 송영현 서울시립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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