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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세상, 다시 그리는 한중관계] 14. “급변하는 국제 정세…균형 있는 실리외교 펼쳐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2-27 14:12
조회
48
[남대엽 계명대학교 교수]

미·중, 패권 경쟁 속 치열한 외교전
교역 오히려 증가…작년 역대 최고치

중국 방문 빌 게이츠, 민간협력 강조
글로벌 보건 위해 5000만 달러 기부

인도의 비동맹 노선 외교 모범 사례
복잡한 국제관계 속 실리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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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방중한 빌게이츠는 비영리의약품R&D기구 GHDDI를 찾아 미중민간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5000만 달러 기부계획을 밝혔다. /사진출처=빌게이츠의 블로그 https://www.gatesnotes.com/Visiting-China

▲ 14일 방중한 빌게이츠는 비영리의약품R&D기구 GHDDI를 찾아 미중민간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5000만 달러 기부계획을 밝혔다. /사진출처=빌게이츠의 블로그 https://www.gatesnotes.com/Visiting-China


소위 '미중 패권 경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경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양국은 물밑에서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실타래와 같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국제환경에서 한국은 기회와 위협의 선택지를 명민하게 저울질해 나가야 한다.

탈중국 주장 속, 세계자본 오히려 중국 투자 확대

지난 5월20일 발표된 G7 공동성명에서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은 타이완과 티베트, 신장 지역을 모두 언급하며 “어떠한 힘이나 강압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강력히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중국은 즉각적으로 이번 G7을 주최한 주중 일본 대사를 초치하는 등 반발했다. 또한 사이버 보안 위험을 이유로 미국 마이크론사의 반도체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패권을 둘러싼 미국의 견제와 중국의 반발이 날로 격앙되고 있다. 하지만 두 국가가 경쟁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양국의 교역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두 국가의 교역량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6906억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을 초래했던 2018년의 교역 규모를 뛰어넘는 수치다. 국가별 순위에서도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이자 4대 수입 대상국이며, 미국 기준에서도 중국은 3대 수출대상국이자, 최대 수입 대상국이다.

경제학에서 상호 간의 상대적인 비교우위 차이에서 무역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양국의 후생이 모두 증가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 같은 무역의 증가는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라고 판단할 수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도 한 나라가 원하는 물건을 수입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수준이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미중 관계 속에서도 서로의 필요로 무역이 증가했다.

투자 측면에서도 양국의 디커플링은 보이지 않는다. 우선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의 여파로 제조업의 탈중국 논란이 거세었던 2021년 중국으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는 전년 대비 21% 증가한 1810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압박이 거세진 2022년에도 전년보다 증가한 1891억 달러를 기록했다. 해외자본의 중국 러브콜은 2016년 이후 6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탈중국의 목소리가 드높았던 지난 몇 년간 세계의 자본은 오히려 대중국 투자를 확대했다. 그리고 대중국 해외직접투자의 절반 이상이 홍콩, 싱가포르 등 조세회피처를 통한 투자인데, 2021년 UN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심층 분석을 통해 이중 미국 자본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의 미국 투자도 활발하다. 미국 정부는 중국 자본의 미국 첨단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2021년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누적 기준으로 살펴봐도 미국은 중국의 최대 투자 지역으로 두 번째로 비중이 높은 호주의 2배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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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중국 찾는 미국 큰 손들.

정치적 패권경쟁의 양상을 보이는 미중이지만 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관계는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설명했다.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은 지난 4월 한 강연에서 최근 미국의 정책은 “과도한 중국 의존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이려는 시도이지,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중국 경제와의 디커플링은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라며 중국과의 관계 유지를 강조했다.

미국 경제계에서는 더 적극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엘런 머스크 테슬라 CEO와 팀 쿡 구글 회장은 모두 중국을 방문해 중국 사업의 중요성과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가장 미국다운 기업인 포드는 중국 업체와 함께 자동차 배터리 공동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기업들도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중 양자택일'을 회피하고 있다. 또한 올해 상반기 중국의 리오프닝이 본격화되자 미국의 우방으로 꼽히는 프랑스, 독일, 스페인 지도자도 중국을 방문해 경제적 협력을 논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거래의 위안화 결제를 공식화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중국과의 무역에서 위안화를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6월14일 방중하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미중 양국 간의 민간협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빌 게이츠는 지난 2016년 빌 게이츠 재단과 베이징시, 칭화대학이 지원하여 설립한 글로벌의약품연구개발센터(GHDDI)에서의 연설을 통해 향후 5000만 달러 기부계획과 글로벌 보건을 위한 미중 민간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최대시장 중국, 우리의 실리적 접근 필요.

세계 최대의 시장이 바로 옆에서 성장하고 있다. 예전에 중국에서 바늘 하나만 팔아도 14억 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그런 시장이 2050년에는 현재의 2배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입장에서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시장이다. 향후 30년간 미중 패권 경쟁을 상수로 두었을 때, 우리는 최대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확실히 기우는 순간 더 이상 양쪽으로부터 실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작년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한국 제조업의 핵심 품목인 반도체의 대중국 판매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전기차에 대한 세제 혜택에서도 현대, 기아는 제외되었다. 중국은 사드 사태 이후 완화 중이던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다시 틀어쥐는 모양새다. 한국 가수의 중국 방송 출연이 전격 취소되었으며, 한국에 대한 단체관광 비자를 여전히 불허하고 있다.

미중 경쟁에 끼인 곤혹스러운 상황을 벗어나 우리의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실리외교로 유명한 인도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냉전 시기 인도는 비동맹주의 외교를 추구했다. 미국과 소련에 치우치지 않고 정세의 변화에 따라 국익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이 같은 태도로 인도는 자유로운 행위자로서 냉전 중에도 양쪽으로부터 존중과 실익을 거두었다. 현재 인도의 모디 정부 역시 소위 '전방위 외교(all-alignment)전략'을 지속하며 복잡한 국제관계에서 실리를 얻고 있다. 한국도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다. 필요할 때는 국익을 위해 우리의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실리외교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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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대엽 계명대학교 교수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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