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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세상, 다시 그리는 한중관계] 11. "한·중 경제 기대와 우려 공존… 전략적 유연성 절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2-27 14:11
조회
49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 미중 틈바구니 속 실익 챙겨야
양국 협력관계 극단적 축소보다는
새로운 기회 창출로 접근해야

대미 경제 의존도, 대중 의존도 대체
배터리·반도체 등 예견된 데자뷔
누구와 가느냐, 선택의 문제보단
어떻게 관계 유지하느냐가 중요

다가오는 멀티 세계 대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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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기술패권 전장(戰場)이 혼란스럽다. 지난 5월19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나온 두 가지 이슈가 눈에 띈다. 하나는 공동성명 중 중국에 대한 액션플랜을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으로 완화한 것, 다른 하나는 '경제적 강요에 대한 조정 플랫폼' 창설이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전자는 단지 후자를 끌어내기 위한 당근으로 여겨질 수 있다.

후자는 중국의 경제보복, 희토류의 무기화, 반도체 보조금 지급, 합작회사 설립을 통한 기술 이전 요구 등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즉각적으로 미국의 최대 메모리칩 제조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제품 구매 중단 조치를 취했다. 미국의 화웨이와 YMTC 등 중국기업 제재에 대한 앙금도 느껴진다.

지난해 미국은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등을 입법화하며 첨단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 회복을 강행했다. 역대급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반도체와 배터리라는 핵심산업을 놓고 미중의 틈바구니에서 또다시 실익을 챙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대중 무역적자 장기화 속에서 제로섬 게임으로 가지 않기 위해 한·중이 동주공제(同舟共齊)의 경험을 소환해야 할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각국 정상들이 지난 5월 20일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히로시마 AFP=연합뉴스
▲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각국 정상들이 지난 5월 20일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히로시마 AFP=연합뉴스

슈뢰딩거 고양이는 되도록 살리는 쪽으로

지금의 한중 경제 관계는 마치 양자물리학에서 말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ödinger's cat)'와 흡사하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란 양자 중첩 및 확률이론을 비판하기 위해 1935년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어빈 슈뢰딩거가 고안된 실험을 말한다. 예를 들어 완전히 밀폐된 상자 안에 고양이를 넣고 50%의 확률로 생사(生死)가 결정되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이 고양이는 살아 있을까, 아니면 죽었을까? 양자역학에서는 이를 “살아 있는 동시에 죽어 있는 중첩 상태”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고양이의 생사를 확인하려면 무엇보다 관찰자의 입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관찰자의 마음에 따라 고양이는 죽었을 수도 있고, 살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중 경제 관계에 투영해봐도 다르지 않다. 양국의 경제 관계는 보는 시각에 따라 방향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2022년 10월부터 2023년 4월까지 7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1년 만에 중국은 우리의 최대 무역 적자국으로 변화하고 있다. 올해 1~4월 대중국 무역적자는 101억 달러 정도다. 아이러니하게 동기간 최대 흑자국은 108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미국이다. 품목별로 살펴봐도 2022년(1~4월) 대비 2023년(1~4월) 무역수지는 일제히 감소했다. 누가 봐도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죽은 게 틀림없다.

▲ /자료=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자료=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그러나 무역수지 적자 요인을 살펴보면 해석은 달라진다. 올해 1~4월 기준,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와 수산화리튬의 대중국 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484.1%, 125.1% 증가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무역적자도 전체 대중국 무역적자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이처럼 특정 품목이 대중국 무역적자를 키웠던 근본적인 요인은 대중국 의존도가 90%에 가까운 배터리 산업의 벨류체인 특성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LG 에너지솔루션, 삼성 SDI, SK 온) 모두 중국 현지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CATL와의 중국내 파트너십 등 양국 간 연계를 무시할 수 없다.

어쩌면 슈뢰딩거 고양이가 살아 있음이 너무 명백해 야기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최근 지나친 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자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양국 간 협력관계를 극단적으로 축소하는 처방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도 적지 않다. 오히려 고위기술 중심의 부품 및 소재 개발을 통해 중국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향이 향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對중국 교역구조 변화와 시사점”에 따르면, 1990~2020년 대중국 수출 품목을 고위·중위·저위 등으로 나눠 살펴봤을 때, 지난 30년간 우리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가장 높아진 품목은 고위기술품목으로 1990년 25.1%에서 2020년 49.1%로 24%p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시장에서 우리의 기술력이 최고의 원동력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 /자료=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자료=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새로운 멀티버스 세계에 대비해야

일각에서는 2023년 우리의 총수출에서 중국과 미국 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올해 1~4월 기준 우리의 총수출액 중 중국과 미국 비중은 각각 19.4%, 17.9%를 나타냈다. 아직은 중국 비중이 높으나, 만약 역전된다면 미국은 2002년 이후 21년 만에 중국을 추월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대미 경제 의존도가 기존 대중 의존도를 점차 대체할 것이다.

물론 우리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을 합산한 비중은 늘 평균적으로 30% 중반대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다만, 향후 배터리뿐 아니라, 반도체, 바이오 등에서 대미 투자 및 현지화가 가속될수록 잠재된 무역적자와 같은 현상은 예견된 데자뷰일 수도 있다.

누구와 같이 가느냐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두 나라와의 평행선을 어떻게 긋고 유지할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미중 기술갈등도 미국과 중국 각자가 세계의 중심이 되고자 벌이는 일종의 주도권 싸움이다. 그러므로 미중 각각을 양분해 바라보는 조령모개(朝令暮改)와 같은 전략적 유연성이 절실하다. 다가오는 멀티버스 세계에 대한 대비가 불가피해 보여서다.

▲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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