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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세상, 다시 그리는 한중관계] 9. 거세지는 미중 갈등… 부상하는 실용적 외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2-27 14:11
조회
32
[주장환 한신대 교수·한신대 유라시아연구소 소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
각축전 심화…국제정세 요동

신냉전·초냉전 해법도 각자의 선택
미·중 어느 쪽 편도 들지 않는 'T25'
실용주의·기회주의 전략 채택

중국과 가장 많은 교역하고 있는
인천시민의 역할 어느 때보다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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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리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고 있다. 온딤바 대통령은 전날 나흘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연합뉴스
▲ 알리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월1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악수하고 있다. 온딤바 대통령은 전날 나흘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연합뉴스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와 연동되어 한국과 중국 관계도 심상치 않다. 서로 다른 역사와 능력을 갖춘 200여 국가가 모인 국제사회가 불안정한 것은 놀랍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이번의 움직임은 심상치가 않다. 1990년대 초부터의 이른바 '탈냉전'의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든지 바뀔 전망이다. 혹자는 '신(新)'냉전을 말하고, 혹자는 '초(超)'냉전을 예견한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이 변화는 그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경향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의 선호나 견해를 확립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신냉전과 초냉전론자들은 같은 현상을 완전히 다르게 관찰하고 해석한다는 의미이다.

신냉전은 주체와 양상이 바뀐 냉전이다. 기본적으로 냉전과 그 특성은 유사하다. 이런 의미에서 제2차 냉전이라 해도 무방하다. 1차 냉전은 미국과 구소련이 중심이 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진영 간의 대립과 갈등이 그 핵심이다. 양대 진영 간에는 전면전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각자의 세계를 구축하면서 경쟁했다.

각 진영에 속한 국가들은 진영 너머의 국가들과의 교류는 극도로 제한되었다. 주로 경제체제와 관련된 이데올로기 대립의 성격이 강했다. 이 1차 냉전은 1990년 구소련의 해체와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함께 종결되었다. 그 이후를 탈냉전 시기라고 한다.

말 자체로써 탈냉전은 냉전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정치적으로는 양극에서 일극 즉 미국 중심 질서를 의미한다. 이 시기를 일컫는 또 다른 말인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좀 더 분명하게 이 의미를 표현한다. 정치, 군사 그리고 경제적으로 이 시기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구축되었고, 또 유지되었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이치와 같이, 이 탈냉전도 이전의 '팍스 로마나(pax romana)'나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nica)'처럼 영원하지 않은 것이 되었다. 논자들마다 견해는 다르지만 가장 이른 시점으로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를, 가장 최근 시점으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거론된다. 현재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붕괴 이후를 자국의 이익에 보다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 국가가 각축을 벌이는 중이다.


▲ 주세페 콘테 당시 이탈리아 총리가 2019년 4월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평리위안 여사가 주최한 일대일로 포럼 환영 연회에  참석하기위해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 주세페 콘테 당시 이탈리아 총리가 2019년 4월 2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평리위안 여사가 주최한 일대일로 포럼 환영 연회에 참석하기위해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냉전은 이런 상황에서 필연적인 추세가 아니라, 하나의 인위적이고도 주관적인 흐름이자 주장이다. 1차 냉전과 달라진 점이 몇 가지 있다. 목표가 자본주의 진영에 국한되지 않고 전체 국제사회에서의 팍스 아메리카나 유지에 있다. 경쟁과 갈등의 주된 대상이 소련이 아니라 중국이다. 방식도 미국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동맹 혹은 우호국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대립 구도도 사회주의나 자본주의 같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같은 가치들이다.

결국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주의 세력이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권위주의 세력을 고립시켜서 최소 억제 최대 제거하여 팍스 아메리카나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탈냉전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가장 대표적으로 같은 점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기본적인 지향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일극체제 내에서의 관용성에 기인한 협력과 연대보다는 일극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대립과 갈등이 기본적인 행동 준칙이라는 것이다.

만약 신냉전이 자신 혹은 자국의 이익에 더욱 부합한다고 여긴다면, 이를 기정사실화 또는 필연적인 추세로 주장하면서 선택은 없다는 식의 논리를 편다. 깊은 성찰 없이 이 논리의 현실적 귀결을 대중국 관계에 적용하면, 흡사 냉전 시기와 유사한 대중국 교역과 교류의 대폭 감소 내지 중단이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사실상) 전쟁 시작론'이다. 요지는 특히 타이완을 두고 미국과 중국 간에 사실상 전쟁 상황에 들어갔고, 이에 대해 한국은 북한을 선제 공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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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신냉전이 필연적인 추세라고 단정할 만한 근거가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조사 대상인 전체 191개국 중 66.5%인 127개국이 불분명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미국과 중국의 대력과 갈등 국면에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경제 대국 25개를 'T(Transactional) 25'라고 명명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멕시코, 이스라엘, 터키, 베트남, 태국, 이집트, 필리핀, 브라질,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국가는 전세계 인구의 45%를 차지하며,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는 실용주의나 기회주의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 및 경제 체제 그리고 종교와 역사 등이 상이한 이들 국가의 선택은 물정 모르는 어리석은 것일까? 또 최근 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유럽은 미국의 속국이 아니며, 타이완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유럽이 독자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발언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런 추세를 초냉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일극도 양극도 아닌 다극의 질서이다.

국제사회에 여러 주도 그룹이 이합집산하고, 각국의 이익에 따라 때로는 경쟁 때로는 협력하는 상황이다. 타이완 문제를 예로 든다면, 한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국가로서 지역 내 긴장 고조 행위에 대한 중단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이와는 별개로 양국과 진행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의 협력은 물론 그대로 진행하면서 말이다. 이 초냉전의 상황 역시 우리의 선택지 중의 하나이다.

헌법에 따르면 한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이 주권자이다.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은 국민의 권한을 일정 기간 위임받은 자들이다. 이제 국민이 현재 요동치고 있는 국제정세에 대해 각자의 이익을 중심으로 그 선호를 정해야 할 때이다. 특히 2022년 기준 전 세계 국력 6위인 한국이 신냉전과 초냉전 그 어느 쪽을 선택하는가는 국제질서 변화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들의 삶과 행복 추구에 유리하고, 이익에 부합하는 선택지는 어디인가에 대한 고민과 토론을 진행해야 할 때이다.

특히 2022년 기준으로 중국의 도시들과 가장 많은 도시와 우호 결연을 맺고 있고, 전체 수출입 규모에서 중국과의 교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인천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미 얼마 전 사드 배치 이슈로 인해 대중국 교역과 교류의 급감을 경험해 보았던 터이기에 더욱 고민이 깊을 듯하다. 어떤 선택이 자신에게 더 많은 이익과 혜택을 줄 것인가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해보자. 또한 현재 살고 있고, 후세들이 살아가야 할 인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19세기에 주창한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자는 실사구시의 자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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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장환 한신대 교수·한신대 유라시아연구소 소장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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