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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차이나-글로벌 질서의 대전환과 한중관계] 7. 기술 봉쇄 시대의 한중 관계, 인천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6-07-06 16:08
조회
100

장영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대만연구센터장

인천서 로보컵 열려…세계 45개국 참가
AI·로봇·반도체 중심 글로벌 경쟁 심화
中 기술 자립 정책에 한국 산업계 긴장
해외 기술 유출 절반 이상 중국과 연관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집중 표적
인천, 기술 안보 시대 선별적 교류 과제




7월 2일부터 6일까지 인천에서 열리는 로보컵은 세계 45개국이 모이는 AI·로봇 축제이자 연결의 장이다. 자율 로봇들이 경기장을 누비고, 전 세계 연구자와 학생들이 기술을 겨루는 순수한 과학의 무대다. 그러나 이 화려한 무대의 커튼을 걷어내면 다른 풍경이 보인다. 로보컵이 다루는 AI, 로봇, 반도체, 고성능 메모리, 데이터는 오늘날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치는 전략 자산이다. AI와 로봇은 더 이상 순수한 과학기술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렇게 보면 인천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동아시아 기술 지정학이 조용히 교차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 중국 등 피지컬 AI 선도 국가의 경우 자국 기술 및 기업성과 확산을 위한 이벤트로 로봇 축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현재 인천에서 진행 중인 로보컵 2026 대회가 기술협력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출처=중국자동화학회(Chinese Association of Automation, 中国自动化学会)▲ 중국 등 피지컬 AI 선도 국가의 경우 자국 기술 및 기업성과 확산을 위한 이벤트로 로봇 축구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현재 인천에서 진행 중인 로보컵 2026 대회가 기술협력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출처=중국자동화학회(Chinese Association of Automation, 中国自动化学会)

▲중국의 기술 총력전: 한국은 협력 상대인가, 대체 대상인가

이번 로보컵 대회는 중국의 AI·로봇 기술력이 결코 우연한 산물이 아니라는 점을 새삼 드러내는 무대가 될 것이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미국의 화웨이 제재,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EUV 장비 봉쇄 등 반복되는 기술 봉쇄 속에서, 중국 지도부는 “기술 자립은 곧 생존의 문제”라는 인식을 국가 전략의 최우선순위로 끌어올렸다. “핵심 기술은 사거나 빌릴 수 없다”는 명제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 당의 전략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인력과 자본, 제도를 한데 묶어 기술 자립에 총동원하는 체제가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이 거대한 기술 총력전이 한국에게 협력의 기회보다 기술 생태계에서의 생존 위협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및 소재의 국산화 의무화와 막대한 국가 보조금은, 결과적으로 한국기업이 차지해 온 공급망의 자리를 잠식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연결의 욕망, 그러나 단절의 구조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과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은 분명하다. 중국은 세계 2위 R&D 투자국이자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산업적 상호의존성은 여전히 깊다. 그러나 욕망만으로 협력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한중 사이에 단절의 구조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시장 대체의 압력이다. 국가 보조금으로 무장한 중국기업은 적자를 감수하며 설비를 늘리지만 주주, 수익성, 금리에 묶인 한국기업은 그럴 수 없다. 경쟁은 기업 대 기업이 아니라 “국가가 떠받치는 중국기업 대 한국기업”이라는 비대칭 게임이 되었다. 둘째, 미국이 그은 레드라인이다. 2025년 12월 한국이 미국 주도의 공급망 협의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에 참여하면서, 첨단기술 분야의 대중 협력은 동맹 공조와 긴장을 빚을 수 있는 외교적 부담을 안게 되었다. 기술협력이 곧 외교 안보 문제로 직결되는 구조다. 셋째, 기술 유출의 역설이다. 우위 분야에서 협력을 넓힐수록, 그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되어 부메랑처럼 한국을 위협할 수 있다. 2025년 적발된 해외 기술 유출의 54.5%가 중국과 연결됐고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가 집중 표적이었다. 협력이 곧 경쟁력 자해가 될 수 있다는 역설이 현실이 되었다.



▲인천, 연결과 단절이 교차하는 도시

이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바로 인천이다. 인천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거점이 집중된 도시로, 대중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국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 봉쇄 시대의 한중관계라는 화두가 단지 서울의 외교 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천 기업의 매출과 고용, 지방재정과 직결된 현실 문제인 이유다.

그러나 인천은 단절만을 말하기 어려운 도시이기도 하다. 인천항과 인천공항은 여전히 중국과 세계를 잇는 물류의 관문이고, 산둥 웨이하이와의 지방경제협력, 인차이나 포럼은 오랜 시간 쌓아온 교류 자산이다. '연결의 도시'로 살아온 인천이, 이제 '단절의 압력'까지 감당해야 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인천의 해법: 교류의 관문에서 기술 안보의 시험대로

그렇다면 답은 단절일까. 그렇지 않다. 단절은 중국의 성장을 막지도 못한 채, 오히려 우리가 그 변화를 읽을 눈마저 잃게 만들 수 있다. 인천이 갈 길은 무조건적 교류도, 전면적 단절도 아닌 선별적 교류다. AI 반도체, 첨단 패키징, 로봇 제어처럼 안보와 직결된 분야에서는 기술 유출과 동맹 관계를 냉정히 따져 협력의 선을 그어야 한다. 반면 물류, 문화, 관광 같은 비민감 분야에서는 오히려 협력의 공간을 넓혀 인천의 연결 강점을 살리는 것이 옳다. 기술 봉쇄 시대의 지방외교는 “더 많이 만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협력하고 무엇을 지킬지 구분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인천은 지금 그 시험대 위에 서 있다.



장영희 박사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대만연구센터 센터장이자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로 충남대 평화안보연구소 연구위원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를 겸하고 있다. 국립대만대 국가발전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영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대만연구센터장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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