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차이나-글로벌 질서의 대전환과 한중관계] 6. 디지털로 진화하는 중국 도시 거버넌스·민원전화 '12345'
정주영 연세대 산학협력단 연구원
12345 통합 민원 핫라인 24시간 가동
'교통·주택·환경' 생활 민원 전반 접수
베이징 민원 해결률 97%대…시민 만족
'접소즉판' 개혁…즉시 처리 원칙 강화
AI·챗봇 기반 자동 응답 기능 도입
접수 유형 분류 후 담당 부서 자동 연결
데이터 활용 시민 불만·여론 동향 파악

'12345' 중국 정부는 이 다섯 숫자만 누르면 각종 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12345 핫라인'은 중국 전역에서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통합 민원서비스 플랫폼이다. 시민들은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교통, 주택, 환경, 복지, 노동, 소비자 피해 등 일상생활의 다양한 문제를 지방정부에 제기할 수 있다. 최근에는 영어 등 외국어 서비스도 확대되면서 중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도 생활 불편과 행정 민원을 12345를 통해 접수할 수 있게 되었다.

▲ 중국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도시 공공행정 서비스의 효율성과 거버넌스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알리바바와 협력하여 구축한 항저우시의 '도시 브레인(城市大脑)'과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운영 중인 '12345 핫라인 서비스'가 있다. /출처=저장성 지방정부 홈페이지·베이징시 지방정부 홈페이지
▲ 응답률 97%…'접소즉판'이 만든 성과
최근 발표된 '베이징 12345 시민 서비스 핫라인 데이터 분석보고'에 따르면, 12345가 한 해 동안 접수한 민원은 전년 대비 6.6% 증가한 2,580만 건을 넘어섰고, 민원 해결률과 시민 만족도는 각각 97.3%, 97.7%에 이른다. 이 수치는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지만, 중국 정부가 민원 대응을 도시행정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베이징시는 2019년 '접소즉판(接訴卽辦·민원을 받으면 즉시 처리한다)' 개혁을 통해 12345 핫라인을 시급 핵심 사업으로 격상시켰다. '처음 접수한 기관이 끝까지 책임진다'는 '수접부책(首接負責)' 원칙과 '7일 처리' 기한을 강화하고, 민원 응답률·해결률·만족률을 지방간부 평가에 반영했다. 민원 처리를 단순한 행정 서비스가 아니라 지방정부의 성과 관리 체계와 직접 연결한 것이다. 이는 중국식 행정 개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시민의 불편을 빠르게 처리하는 동시에, 그 처리 결과를 관료제 내부의 책임성과 경쟁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베이징시 12345 핫라인 서비스는 2019년 이후 시민 만족도와 문제 해결률이 모두 크게 상승해 2025년에는 97%대에 도달했다. 이는 민원 대응 체계가 디지털 기반의 도시 거버넌스 플랫폼으로 고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 작성
▲ 콜센터를 넘어…도시를 진단하는 디지털 플랫폼
12345 핫라인은 단순한 민원 콜센터가 아니다. 시민의 요구와 불만을 수집·분석하는 디지털 행정 플랫폼이자 도시 운영 시스템의 일부이다. AI 음성비서와 챗봇은 반복 민원에 자동 응답하고, 알고리즘은 민원의 성격에 따라 담당 부서를 배정한다. 정부는 축적된 민원 데이터를 통해 지역별 불만, 반복되는 도시 문제, 정책에 대한 시민 반응을 파악할 수 있다. 민원이 도시를 진단하는 일종의 센서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2010년대 이후 중국이 추진해 온 행정서비스의 디지털화와 맞닿아 있다.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던 민원 창구를 하나의 번호로 통합하고, 접수·배분·처리·평가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면서 12345는 중국 도시행정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되었다. 특히 12345는 시민과 정부가 만나는 접점을 하나로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과거에는 개별 부서와 기관에 흩어져 있던 생활 민원이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이고, 이 데이터가 다시 도시 관리와 정책 조정의 근거로 활용된다. 행정의 출발점이 '민원 접수'라면, 디지털화 이후의 핵심은 그 민원을 어떻게 분류하고, 연결하고, 평가하느냐에 있다.
▲ '감시와 통제'라는 또 다른 기능에 유의
그러나 12345 핫라인은 '응답성'의 성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민원 처리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시민 불만과 여론 동향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높은 처리 성과는 권위주의적 통치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민원은 시민의 목소리이지만, 동시에 사회적 긴장의 신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를 빠르게 수집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은 공공서비스 개선의 도구가 될 수 있는 동시에, 불만을 조기에 포착하고 관리하는 통치 장치로도 작동할 수 있다.
이 점에서 12345는 중국 디지털 거버넌스의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신속한 민원 처리와 데이터 기반 행정이라는 효율성은 분명 참고할 만하다. 그러나 시민의 목소리가 행정 개선의 자원이 되는 동시에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보아야 한다. 12345 사례가 남기는 질문은 중국만의 것이 아니다. 스마트도시를 지향하는 우리에게도 똑같이 던져진다.
문제는, 민원 해결과 통제라는 두 기능이 같은 인프라를 공유하는 이중성이 “좋은 행정은 원래 그런 것”으로 당연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유와 감시라는 정치적 질문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라는 기술적 질문으로 치환되는 순간, 우리는 '편의' 속에 내장된 통제의 논리를 미처 눈치채지 못한 채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청말 양무운동처럼 효율적인 도구만 들여오고 정치적 논리는 두고 올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디지털 인프라는 데이터의 집중과 감시 역량을 동시에 내장하고 있어, 설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국가와 시민의 관계를 재편한다. 이 때문에 통제의 논리만 덜어내고 효율만 취하기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결국 물음은 하나로 모인다. 기술은 시민을 더 편리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더 촘촘히 관리할 것인가. 그 답은 중국 디지털 도시 거버넌스의 향방에서 먼저 드러나겠지만, 그것은 동시에 스마트도시로 나아가는 우리 자신이 내려야 할 선택이기도 하다.
정주영 박사는

연세대 산학협력단 연구원으로 중국의 대내외 국가 발전전략과 국내 정치 개혁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동국대 정치학과에서 석사 졸업 후 중국 베이징대 정부관리학원(정치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 글로벌 전환이라는 거시적 요인과 중국의 구체적 국내외 전략을 연결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중국식 현대화'와 '신냉전 담론' 등 중국 대외 전략 분석 논문과 공민의 불복종이라는 국가-사회 관계에 대한 논문을 집필하였다. 현재는 글로벌 지식 질서 전환이라는 거시적 문제를 한중 청년 교류의 차원에서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정주영 박사 연세대 산학협력단 연구원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