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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차이나-글로벌 질서의 대전환과 한중관계] 5. 애국이 자산 된 중국 기업…인천의 전략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6-07-01 14:59
조회
105

박영수 인천대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일본과 외교 충돌 여파 '애국 정서' 확산

'궈차오' 현상 유행 중국 내수 중심 강화

민족주의 활용, 기업 전략으로 자리매김



대외 변수 커지며 韓 산업 불확실성 증가

인천, 한중 교류 안정성 확보 과제 부상




[인차이나-글로벌 질서의 대전환과 한중관계] 5. 애국이 자산 된 중국 기업…인천의 전략은




지난해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한 마디에 중국 내 일본 소비재와 관광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해 비야디(BYD)는 226만 대를 팔며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시장 1위에 올라섰다. 그 사이 딥시크(DeepSeek)는 미국의 반도체 통제를 비웃듯 R1 모델을 내놓으며 '기술 자립'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셋을 관통하는 한 단어가 있다. '애국'이다. 외국 브랜드는 한순간에 불매의 표적이 되고, 자국 기업은 '중국산'이라는 사실만으로 환호받는다. 글로벌 질서가 흔들릴수록, 중국 시장에서 애국심은 곧 비즈니스가 되고 있다.

 

▲ 궈차오(国潮)의 부상

중국에서 '궈차오' 현상은 더 이상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자국 문화와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국산 브랜드에 열광하는 흐름은 Z세대의 정체성 표현을 넘어, 시장 점유율을 가르는 결정 변수가 되었다. 한때 중국 수입 화장품 시장의 정상에 있던 한국 브랜드는 어느새 중국산 브랜드의 거센 추격에 밀려났고, 로컬 브랜드는 내수 점유율의 절반을 넘었다. 자동차에서는 BYD를 앞세운 토종 브랜드가 내수 점유율 60%를 넘어 외국 완성차를 변두리로 밀어냈고, 2026년 베이징 국제모터쇼에서 글로벌 업체들은 '중국 전용 모델'로 겨우 버티는 처지가 되었다. 수입품이라는 사실이 더 이상 프리미엄이 되지 못하는 시장이 된 것이다.



▲ 현대차가 2026년 4월 베이징 국제모터쇼에서 공개한 중국 전략형 전기차 '아이오닉 V'. 중국산 배터리(CATL)와 현지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중국 전용 모델이다./출처=현대자동차 공식 홈페이지

▲ 현대차가 2026년 4월 베이징 국제모터쇼에서 공개한 중국 전략형 전기차 '아이오닉 V'. 중국산 배터리(CATL)와 현지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중국 전용 모델이다./출처=현대자동차 공식 홈페이지


▲ 민족주의가 돈이 되는 이유

이 변화의 뿌리는 시장이 아니라 질서에 있다. 자유무역과 다자주의가 흔들리고 강대국의 거래 정치가 노골화되는 다중질서 전환기를 맞아,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떠안는 위험도 커졌다. 그 결과 기업의 시선은 내부로, 자국 정부와 소비자 쪽으로 향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의 민족주의 수사(rhetoric)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를 향해서는 정치적 충성의 표현이고, 소비자를 향해서는 호감을 끌어오는 마케팅 코드이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소비재에 그치지 않는다. 딥시크와 화웨이로 대표되는 AI·반도체 영역에서, 기술력을 곧 국가의 자존심으로 여기는 '기술 민족주의(techno-nationalism)'는 더 큰 정치적·시장적 보상으로 돌아온다.

이는 데이터로도 확인되는 패턴이다. 중국 상장 민영기업들의 연차보고서와 기업 정보를 분석해보면,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전에는 민족주의 수사의 강도와 기업성과 사이에 뚜렷한 관계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역전쟁 이후에는 다르다. 민족주의 색채를 강하게 띤 기업일수록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급이 빠르게 오르고, 정부 보조금을 비롯한 정책 자원 접근에 유리한 자리를 잡았다. 같은 말을 해도 시기에 따라 보상의 크기가 달라진 셈이다. 그 격차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층 가파르게 벌어진다. 중국 기업에게 민족주의는 이제 가치관의 표현이 아니라, 위험을 줄이고 자원을 끌어오는 합리적 선택이 되었다.



▲ 미중 무역전쟁 이전에는 AI·반도체 등 첨단기술 기업과 일반 민영기업 간 민족주의 수사 강도가 비슷하였으나, 이후 첨단기술 기업이 더 가파르게 강해지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필자 작성

▲ 미중 무역전쟁 이전에는 AI·반도체 등 첨단기술 기업과 일반 민영기업 간 민족주의 수사 강도가 비슷하였으나, 이후 첨단기술 기업이 더 가파르게 강해지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필자 작성


▲ 인천, 회복력 있는 한중 채널로 답해야

한국 기업의 운신 폭은 그만큼 좁아졌다. 한한령(限韓令)으로 학습한 위험이 이번엔 일본 사례로 재확인되었다. 강대국 사이의 외교적 충돌은 곧바로 외국 기업의 매출로 환산되고, 그 충격은 갈수록 빠르고 격렬해진다. 단순한 '관계 회복' 구호만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사안마다 셈법을 달리하는 정교한 접근, 산업별 위험 분산, 그리고 외교가 얼어붙어도 끊기지 않는 두꺼운 민간 경제 채널이 함께 필요하다.

여기서 인천의 자리가 분명해진다. 인천은 산둥반도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한중 교류의 관문이자, 한국 화교가 가장 먼저 뿌리내린 도시이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한중 카페리 항로가 인천에서 중국 각지로 이어지고, 인천공항은 여전히 한국 최대의 대중국 관문이며, 송도는 외국 자본이 정치 변동과 거리를 두고 안착할 수 있는 완충지대이다. 다만 이런 채널도 그냥 두면 얇아진다. 민간의 경제·문화 교류는 외교가 차가워진 시기일수록 더 공들여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인천은 무엇을 해야 하나. 답은 분명하다. 외교의 온도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한중 경제·교류의 상설 통로를 깔고, 그 위에서 중국 시장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도시가 되는 것이다. 차이나타운의 역사, 공항·항만의 물류, 송도의 글로벌 거점이 이미 그 토대다. 이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 정치의 부침에도 쉽게 끊기지 않는 회복력 있는 한중 채널을 설계하는 일이 필요한 이유이다.



박영수 박사는




[인차이나-글로벌 질서의 대전환과 한중관계] 5. 애국이 자산 된 중국 기업…인천의 전략은




인천대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으로 기업을 중심으로 중국의 정치·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한신대 중국학과를 졸업한 후, 한양대와 영국 리즈대에서 각각 중국학 석사학위를, 서강대 경영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중국 민영기업의 정치적 연계와 ESG 등 비시장 전략을 분석한 논문을 Asia Pacific Business Review 등 국내외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현재는 중국 기업의 비시장 전략과 기업-정부 관계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영수 인천대 중국학술원 상임연구원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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