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차이나-글로벌 질서의 대전환과 한중관계] 3. 한중관계 복원기, 인천 선도의 新지방외교 기대
민귀식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경제 협력·인적교류·국민감정 등
정상외교 넘어 관계 전체 회복 필요
실용적 국익외교로 협력 여건 확대
한류 확산·자유무역 기조 긍정 요인
사드사태 이후 혐오정서 미개선
역사 기억 차이로 상호인식 악화
생활외교 넘어 미래의제 협력 가능
인천, AI·기후 등 의제 발굴 기대

한중관계가 복원의 흐름을 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정상외교의 재개나 정부 간 대화의 회복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외교관계의 복원을 넘어 경제협력, 무역과 투자, 인적교류, 국민감정까지 포함한 관계 전체의 회복이다. 한중관계 안정의 전제는 서로를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면서도, 악화된 상호 인식을 교정하려는 국민적 노력이다.

▲관계 복원 기회와 실용외교 공간 확대
최근 한중관계 복원에는 이재명 정부가 실용적 국익외교를 강조하면서 경제협력과 지역 안정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태도가 양국관계 회복의 중요한 정치적 조건이 되고 있다. 한류와 소프트파워의 지속적 확산도 긍정적 요인이다. K-컬처는 중국 젊은 세대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한국의 얼굴이다. 정치적 갈등이 커질 때 문화교류는 쉽게 위축되지만, 동시에 양국 사회를 다시 연결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통로이기도 하다.
국제질서의 변화도 양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트럼프의 일방주의와 대비되는 시진핑의 자유무역 강조는 중국을 다시 보게 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에게는 불안정한 국제질서 재편 과정에서 안보와 경제협력 공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실용외교와 훌쩍 커진 국가 역량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하다.
▲경제적 상호의존과 기억의 정치
그럼에도 현실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사드사태 이후 서로 상대에 대한 높아진 혐오정서가 충분히 개선되지 못했고, 젊은 세대의 인식이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될수록 우리의 대중 인식에는 아직 '인식 편향'이 작동하여 어두운 면을 선택적으로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 역시 한국의 빠른 성장과 국제적 위상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시각이 상당해, 서로 상대의 장점과 복합성을 보기보다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정서가 여전하다.
이 현상에는 냉전적 사고 너머 더 깊은 곳에 '역사기억'의 문제가 있다. 즉 과거의 중화질서와 조공체계에 대한 기억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경제협력이 강화되고 인적교류가 늘어나도 오히려 상호인식은 반대로 진행되는 특수성이 작동한다. 두 나라 모두 자부심이 넘치는 현 상황에서 이 역사기억이 민족주의와 결합할 때, 상대에 대한 인식은 쉽게 감정적이고 공격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그런데 수교 초기에는 이익을 중심으로 사고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한국은 중국 시장과 생산기지가 필요했고, 중국은 한국의 자본과 기술, 발전 경험이 필요했기에 경제협력이 확대되면 상호 신뢰도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는 기대했다. 이제 경제 의존성과 상호인식의 비대칭성을 경험한 우리는 역사인식과 국민정서까지 포함하여 관계 개선 방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단계이다.

▲생활외교와 지방정부 역할
바로 이 지점에서 지방외교와 생활외교의 의미가 강조된다. 혐오와 불신은 추상적 담론만으로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는 체험과 기분 좋은 경험이 필요하다. 지역 단체들이 교류하고 유학생이 만족하며,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이 반복적으로 교류하면 인식은 달라질 수 있다.
생활외교는 거창한 선언보다 느리지만, 관계의 밑바닥에서 신뢰를 쌓는 방식이다. 지방정부는 이런 생활외교를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주체이다. 지방정부는 유학생 지원, 청년교류, 지역기업 협력, 문화행사, 관광, 지방의회 교류, 도시 간 정책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인천이 선도할 新지방외교 기대
한국의 문호도시이자 물류, 관광, 산업, 인적교류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천은 이러한 지방외교에 가장 적합한 도시이다. 차이나타운, 국제도시 그리고 중국 자매우호도시 네트워크 기반을 갖추고 있고, 송도 등이 글로벌 AI의 유력한 거점으로 거론되는 점도 인천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천은 중국과 전통적인 생활외교 뿐만 아니라 AI·기후·도시안전 같은 미래 의제로 협력할 수 있는 도시이다. 인천시의 이 물리적 기반과 지방외교 의지는 앞으로 중앙정부와 협력 속에서 더욱 빛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중관계 복원은 정상회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중앙정부가 관계 회복의 전략적 틀을 만든다면, 지방정부는 생활 속에서 신뢰를 축적해야 한다. 양국 관계의 안정은 거대 담론보다 구체적 만남, 반복적 교류, 상호존중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인천이 한중관계에서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중앙정부와 함께 보다 적극적이고 정교한 대중국 외교를 모색할 때이다. 6·3 선거를 통해 선택된 민선 9기 지방정부의 새로운 지방외교를 기대해 본다.

민귀식 교수는
한양대 국제대학원 동아시아학과에 재직 중이며, 중국문제연구소장과 '중소연구' 편집위원장이다. 고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중국정치로 석·박사를 마쳤다. 현대중국학회 회장, 중국정치연구회 운영위원장, 인차이나포럼 조직위원 등을 역임했다. '중국과 아세안 I·Ⅱ', '중국 전통 지식인과 정치·사회권력 관계 역사적 고찰' 등 중국 정치·경제 분야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집필했다.
/민귀식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