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차이나-전환의 시대, 세계와 한중관계] 13. 인구 위기 시대…'더 나은 세계' 혁신·연대 모색하자
[윤종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동아시아 국가 저출생·고령화 병행
경제 성장동력 약화 등 구조적 위기
주거·교육 시스템 재정비 필수적
'더 나은 세계' 향한 글로벌 연대 필요
한-중 관계 전략적 구조 재구성 시급
문화 등 다양한 층위서 협력으로 확장을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중대한 도전 중 하나는 바로 인구 위기다. 저출생과 고령화는 이미 상당수 선진국에서 현실화되었으며,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충격 또한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반면 아시아 및 아프리카의 다수 개발도상국은 인구 급증과 급격한 도시화의 압력에 놓여 있다. 이러한 글로벌 인구의 양극화는 단순한 인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 중국의 한 지역 커뮤니티 종합 노인 요양 서비스센터에서 노인이 스마트 장비를 활용해 신체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중국 신화넷
▲동아시아 인구문제, 공동노력 필요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생과 고령화가 병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제 성장동력의 약화, 사회복지 지출의 급증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러한 인구 위기는 단지 통계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구현하지 못한 결과이자, 사회 전체의 총체적 실패를 드러내는 현상이기도 하다.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낮은 삶의 만족도와 불균형한 복지 체계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혁신이 요구된다. 돌봄 체계의 재설계, 노동시장 구조의 개혁, 주거 및 교육 시스템의 재정비 등 구조적 전환이 필수적이다. 특히 동일한 인구 문제에 직면한 한국과 중국은 정치·경제·안보를 넘어 사회문화적 차원의 협력 잠재력이 크다. 세대 간 통합형 노동시장과 사회보장 체계 구축, 인공지능 및 자동화 기술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 인구의 질적 발전을 위한 공동 노력 등은 양국이 함께 모색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의제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스마트 양로(智慧养老)는?
고령화 대응과 디지털 전환이 결합된 대표적인 사회복지 정책이자 전략 산업이다. 2012년 본 개념이 공식화된 이후 제도 정비와 산업 육성이 본격화되었으며,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이 노인 요양 공공서비스에 적극 도입되고 있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웨어러블, IoT, 건강관리 플랫폼 수요 등이 확대되면서 시장 규모는 2023년 6조 위안에서 2024년 6.8조 위안으로 성장했으며, 선전 등 대도시에서는 관련 국제 박람회도 활발히 개최되고 있다.
▲'더 나은 세계' 위한 연대 필요
한국과 중국은 탈냉전과 세계화가 구축한 '연결된 세계' 속에서 가장 가파른 경제성장을 경험한 국가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개별 국가 중심의 성장 시대를 넘어, 세계사적 전환기에 진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적 흐름 속에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혁신은 단지 국가 내부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더 나은 세계'를 향한 글로벌 연대와 기여로 확장되어야 한다.
오늘날 세계는 팬데믹, 기후 위기, 미중 전략경쟁, 지정학적 갈등, 정치적 양극화 등 복합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 보고서는 세계 시민 다수가 미래에 대한 불안과 통제력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무역, 정보 흐름, 자본과 인구 이동 등 글로벌 연결성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으며, 이는 상호 협력과 공동 대응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연대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각국의 발전 경험은 이제 더 이상 국가 내부의 문제가 아닌, 세계 시민사회가 공유해야 할 공공적 자산이다.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함께 나누고, 글로벌 공공재에 대한 공동 투자와 성과의 공유가 가능한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특히 남반구의 젊은 인구와 북반구의 기술력을 결합한 협력 모델은 이러한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의 대외 투자및 인재 유치 전략은 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방향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韓·中, 다층적 협력과 상상력 기대
오늘날 한중 관계는 정치·경제적으로 복합적인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국내에서는 반중 감정이 심심치 않게 드러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일수록 시각의 전환이 절실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복귀와 국제 질서의 재편이라는 격변 속에서,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따로 또 함께'할 수 있는 전략적 구조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역사학자 오드 아르네 베스타는 한국이 중국을 깊이 이해했기 때문에 종속되지 않고 외교적 능동성과 문명적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오늘날의 한중 관계 역시 국가 간 외교를 넘어서, 시민사회, 지방정부, 학계, 문화 등 다양한 층위에서의 협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다층적 협력은 양국 간 심층적 이해를 가능하게 하고, 공동의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우리가 아는 세계의 종언』에서 기존 세계질서의 종말을 진단하며, 새로운 시대를 위한 집단적이고 진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구 위기와 사회 전환의 기로에 선 지금, 과거의 해답이 아닌 창의적 상상력과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세계'를 설계해야 한다.
한국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이룬 중진국으로서, 아시아의 균형자이자 글로벌 다자 협력의 촉진자 역할이 기대된다. 특히 이러한 기여가 동북아를 넘어 동남아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과의 다층적 협력으로 확장된다면, '더 나은 세계'를 위한 실질적 공헌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더라도, 중국 내 다양한 행위자들과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외교적 실천력과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좋은 관계란 서로를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인구 위기라는 공동의 도전 앞에서, 한국과 중국이 '따로 또 함께' 협력하며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진정한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윤종석 교수는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 대학 중국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에서 학사(동양사학), 석·박사(사회학)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과 한국, (동)아시아의 사회변동을 연구하고 있으며 '중국 개혁개방 이후 농민공 개념의 형성과 변용', '중국 신형도시화의 전환적 함의', '지역'으로서의 '동아시아': 메가아시아적 접근의 함의'(공저) 등 다수의 논문 및 저서가 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및 HK연구교수를 거쳤고, 현대중국학회 학술위원 및 총무위원장, 한국사회사학회 대외협력이사 및 편집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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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출처 : 인천일보(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