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차이나-전환의 시대, 세계와 한중관계] 9. 미국발 통상전쟁, 원공근공→원교근교로 대처해야
[주장환 (한신대 동아시아 통상학 교수/유라시아연구소 소장)]
트럼프, 비통상적인 이익 추구
상대국 대응하면 더 크게 압박
'마라라고' 구상…전 세계 혼돈
韓, 여타 신흥국과 FTA 추진 중
손실 최소화…전화위복 기회 전환
최대한 시간 지연·관세율 낮춰야
주변 국가와 상부상조 내실화 시급
北과 경제·통상 협력 적극 나서야
▲ 한국은 현재 총 59개국과 22건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으며, 여타 신흥국과의 FTA 체결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현재 6개 지역 및 국가와 총 12건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여건은 미국발 통상전쟁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홈페이지
▲지금은 미국발 통상전쟁 중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본격적인 '미국발 통상전쟁'이 개시되었다. 이 전쟁을 '전쟁'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무차별성이다. 취임 직후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시작으로, 마침내 4월 2일 전 세계 모든 국가에 대해 기본 관세를 10% 부과했다. 이는 사실상 전 세계를 향한 선전포고였다.
다음으로 통상 조건을 넘어 비통상적인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무기는 관세다. 대표적인 것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의 이유가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등 마약 유입을 근거로 든 것이다. 또한, 1월에 불법 이민자 이송 항공기의 착륙을 거부한 콜롬비아에 긴급 관세 10%(1주일 후 50% 인상)를 부과한 것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방적이다. 사전 협의나 조율 없이 일단 공격부터 감행한다. 상대국이 대응하면 더 크게 대응한다. 중국이 대표적 예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개전 초기 25%인 관세가 상호 갈등의 에스컬레이션 결과 각각 상대방에 대해 145%와 125%로 상승한 상태이다. 전 세계는 현재 미국발 통상전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불확실한' 전쟁의 향방
그렇다면 이번 통상전쟁은 어떤 결말로 이어질 것인가? 섣부른 예단은 어렵다. 그러나 여러 정황과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압도적인 승자도, 명확한 패자도 없는 결과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의 목표와 의도가 현실에서는 온전히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은 국내 제조업과 일자리 회복을 통해 미국 중심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서부터 발생하고 있다. 핵심 수단은 고율 관세이며, 필요에 따라 양자 협상을 통해 이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초기 국면의 흐름을 보면 관세 정책은 기대만큼의 실효성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가장 먼저 맞대응에 나선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 미국은 4월 3일 10%의 상호 관세뿐만 아니라 기본 관세 자체를 유예했다. 중국은 훨씬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다.
미국의 공식·비공식 협상 제안에 전혀 응하지 않으며, 독자적인 보복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 4월 2일 57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10~50%의 차등 관세 조치 역시 불과 일주일 만에, 그 효력이 90일간 유예되었다. 국내적으로도 미국 내 반(反)트럼프 시위는 대규모로 확산되고 있으며, 그 양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미국 경제는 팬데믹 이후의 회복세를 뒤로 하고 급격한 냉각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유일하게 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제마저 침체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치·경제적 압박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목표 달성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특히 2026년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할 때, 정치적 시계는 촉박하다. 이러한 정세를 감안한 다수 국가는 미국과의 성급한 타협보다는 관세 부과의 효력을 지연시키고, 협상 시점을 늦추는 장기전에 대비한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은 당초 설정한 통상정책 목표를 전면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불어 1985년 플라자합의 당시와 같은 주요국 간 환율조정 협약, 즉 이른바 '마라라고 구상'의 핵심인 달러 약세 유도 전략 역시, 현재의 국제환경에서는 주요국들의 협력을 강제하기 어려운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
'마라라고(Mar-a-Lago)' 구상은
1985년 미국이 일본·독일·영국·프랑스를 압박해 달러 약세에 합의한 플라자합의를 연상시키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별장 '마라라고(Mar-a-Lago)'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제 통화·통상 전략이다. 이 전략은 고율의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상대국의 환율조정과 통상적 양보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둔다.
▲2025년 미국발 통상전쟁서 한국 전략은.
한국은 이 전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목표는 손실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세계 최강대국이 벌인 전쟁이자, 한국도 그 대상이기 때문에 일정한 손실은 불가피하다. 핵심은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최상책은 '원교근교'다. 원교의 측면에서 미국과의 협상에 성의를 다하나 최대한 시간을 지연하면서 관세율을 낮춰야 한다. 시장에서도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지면 흥정이 수월해진다는 것은 저잣거리에서도 상식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은 협상을 관세 분야로 국한하고, 통상 외 이슈와는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당장의 성과를 위해 미래를 파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한국의 입장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도 있다. 새 정부는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을 더 이상 만들어서는 안 된다. 새 정부의 주된 과제는 회복이다.
근교의 측면에서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인해 생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변국과 지역과의 통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통상 분야에서 한국은 59개국과 22건의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했고, 6개 지역 및 국가와 협상 중이다. 또한, 아세안 국가들과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도 참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 가까운 지역 및 국가들과의 협력을 내실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북한과의 경제·통상 협력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은 미국발 통상전쟁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주장환 교수는 한신대 동아시아 통상학 전공 교수이자 동 대학 유라시아연구소 소장이다.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베이징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엘리트 정치, 중국정치경제 그리고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탈-탈냉전기, 양안관계 변화에 대한 연구」 등 2003년 이후 약 100여 편의 학술 논문(북챕터 포함)과 <유라시아 엘리트 정치 변동>(공저) 등 약 15권의 저역서가 있다. 현재 한국연구재단 등재지 『분석과 대안』의 편집위원장과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조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중국정치연구회 운영위원장, 한국유라시아학회 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중국 중산대, 대만 가오슝대, 미국 미주리 주립대 등에서 방문교수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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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출처 : 인천일보(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8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