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인차이나-전환의 시대, 세계와 한중관계] 6. 중국서 존재감 사라진 한국, APEC으로 물꼬 터야

Author
관리자
Date
2025-04-18 12:49
Views
71

[허재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韓 자동차·스마트폰 점유율 하락세

中 전기차 시장 성장·인기 상승 눈길

한식당·상점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아

 

대학 전공 등 한류 열기 예전만 못해

수출입 급감 무역 적자 발생하기도

국제질서 변화·中 자립형 경제정책

 

최근 경색된 韓中 정치 관계 결정타

새로운 전략·협력 공간 발굴 필요성

올 가을 개최 APEC 정상회의 호기

시진핑 주석 방한·우호적 전환 주목

▲ 전기자동차를 앞세운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중국은 2023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에 올라섰으며, 2024년에는 세계 최초로 연간 자동차 생산량 3000만 대를 돌파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비야디(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업체로 도약했다.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매년 열리는 자동차 박람회 역시 이제는 해외 브랜드가 아닌 자국의 첨단 신차들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BYD 홈페이지·2024 베이징 자동차 박람회

 

▲중국 대도시에서 자취를 감춘 한국 브랜드

4월 초에 상하이로 출장 갈 일이 있었다. 상하이는 오랜만의 방문이었지만, 공항을 나서자마자 낯섦이 느껴졌다. 원래 상하이에 도착하면 고급 사양은 아니지만 폭스바겐 로고를 붙인 택시가 공항 터미널 앞에 즐비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찾아볼 수 없고 중국산 전기차 택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베이징에서 현대차 택시가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더 놀라웠던 것은 2박 3일의 출장 기간 동안 길거리에서 한국차를 한 대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도로 어딘가에는 한국산 자동차가 굴러다니고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필자에겐 보이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차는 다양한 브랜드와 차종의 중국산 전기차들이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대도시의 도로에는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의 자동차들이 돌아다녀 움직이는 전시장 같았지만, 이제는 대부분이 중국산 전기차이고 띄엄띄엄 테슬라와 벤츠, BMW, 도요타 등의 브랜드를 볼 수 있는 정도였다.

상하이의 번화가에는 경제도시답게 글로벌 전자제품 매장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중 눈에 띈 것은 손님이 뜨문뜨문 있는 삼성 매장 옆의 커다란 화웨이 매장이었다. 그런데 놀라웠던 건 매장의 크기나 손님 수 때문이 아니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전시되어 있는 테이블 바로 옆에 전기차가 함께 전시되어 있었고, 서양과 중동 출신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줄을 서서 시승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 전기자동차를 앞세운 중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중국은 2023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에 올라섰으며, 2024년에는 세계 최초로 연간 자동차 생산량 3000만 대를 돌파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비야디(BYD)는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업체로 도약했다.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매년 열리는 자동차 박람회 역시 이제는 해외 브랜드가 아닌 자국의 첨단 신차들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BYD 홈페이지·2024 베이징 자동차 박람회

 

▲시들해진 한류의 열기

길거리에서는 한국 음식점이나 상점이 예전만큼 쉽게 눈에 띄지 않았고, 카페도 중국 브랜드인 루이신 커피(luckin coffee)와 스타벅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편의점은 중국식 소형 가게 이외에 일본의 세븐일레븐 등이 자주 보였다.

한 중국인 교수와 대화하면서 상하이 소재 대학 내 한국 관련 전공의 인기도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예전에 비해 인기가 많이 시들해졌다고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이유로 인해 한중 관계가 소원해지고 한국 측의 지원도 뜸해지면서 대학 내 한국 전공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한국에서 중국학과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상황과 유사하다.

▲한국의 존재감이 사라진 이유

상하이뿐만이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점점 더 엷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 이는 필자 개인만의 느낌이 아니라 이미 다양한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2010년대 25% 전후였지만 이젠 10%대로 떨어졌다. 중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10.4%에서 2023년 6.3%까지 떨어졌다. 2023년에는 1992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과 1, 2위를 다투는 삼성 스마트폰이 중국산에 밀려 중국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지도 꽤 됐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이 보이지 않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가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고 있다 보니 한국이 그동안 유지해 왔던 비교우위가 상실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도움 없이도 중국 내부에서 알아서 만들고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국제질서의 변화 속에서 미국의 견제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중국이 자립자강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견제가 오히려 중국의 자립 역량을 강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리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또한 시진핑 체제에 들어서 강화되고 있는 애국주의와 중화주의 경향도 중국 내 한국의 존재감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냉랭해진 한중 정치 관계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APEC이라는 호기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우리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새로운 전략을 짜고 새로운 협력 공간을 발굴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우호적인 분위기 만들기도 필요하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지만, 우호적 분위기 조성과 관련해서 좋은 기회가 하나 생겼다. 올해 가을 경주에서 개최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이다. APEC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이 방한한다면, 이는 2014년 7월 이후 11년 만이 된다. 중국은 시장경제 체제이면서도 여전히 사회주의 체제이자, 권력 집중형 체제이다. 정치가 경제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체제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정체된 양국 관계에 물꼬를 트고, 이를 경제관계 발전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그러나 기회는 그냥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기회가 현실이 되도록,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냉철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시간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중·혐중 정서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대중국 정책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허재철 박사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중국팀을 거쳐 현재 일본·동아시아팀의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8년 일본 도시샤(同志社)대에서 석사학위를, 2013년 중국런민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국회의원 비서관과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일본 리츠메이칸(入命館)대 JSPS 연구원, 한양대 국제학부 겸임교수(現) 등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영역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연구이며, 미디어와 네트워크 이론을 통한 지역연구, 경제안보 이슈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작권자 © 인천일보-수도권 지역신문 열독률 1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출처 : 인천일보(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6123)

인차이나포럼 | 인천연구원 (우)22711 인천광역시 서구 심곡로 98
TEL : 032-260-2772ㅣFax : 0507-891-9843 | E-mail : inchina2024@gmail.com
담당자: 인천연구원 김혜인 연구원  032-260-2772
Copyright (c) 2016 INCHINA FORUM All rights reserved.
https://www.youtube.com/channel/UCHiZLywi7T05-iwT5710ODQ
https://www.instagram.com/inchinaoffice/
https://weibo.com/inchinaforum
https://space.bilibili.com/3546853345856303
https://www.ii.re.kr/base/board/list?boardManagementNo=17&menuLevel=3&menuNo=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