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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차이나-전환의 시대, 세계와 한중관계] 4. 반중 감정의 대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Author
관리자
Date
2025-04-04 10:57
Views
54

[조형진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교수]

계엄·탄핵 혼란한 정국 속 반중 감정

세계적 호불호…韓 청년층 반감 높아

극단적 이론 근거 '초한전' 개념 인용

반지성적·비이성적 혐오는 경계해야

균형 추구 국가전략·외교정책 필요성

국익 훼손 않도록 신중 교류협력 요구



 

▲세계적 흐름 속 한국의 반중 정서

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우리 사회의 심대한 반중 감정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는 갑자기 생긴 것도,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도 아니다. 2024년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35개국을 조사한 결과,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높은 국가는 18개였으며, 주로 선진국이 여기에 포함됐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호감/비호감의 구분이 뚜렷해, 동아시아의 선진국인 한국의 반중 정서가 특별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예외적으로 다른 국가들에서는 젊을수록 중국에 호의적이지만 한국과 헝가리만 반대였다. 이는 청년층이 중국에서 이전 세대만큼 기회와 성공을 얻기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중 수교 후 30년간 지속된 대중 무역 흑자가 2023년부터 적자로 돌아선 현실 변화가 청년층의 반중 감정 강화와 연결된다. 청년층의 높은 반감은 우리의 반중 정서가 미래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현실의 이익에 기반한 합리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양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괴담 수준의 반중 담론 경계해야

문제는 이러한 반중 정서가 반지성적, 비이성적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계엄과 탄핵 심판을 거치며 중앙선관위 연수원에서 중국 간첩 99명이 체포되었다는 괴담이 퍼졌고, 화교의 의대 입학 특혜, 방송 앵커나 경찰이 중국인이라는 루머도 끊이지 않았다. 사실무근일 뿐 아니라, 혐오와 불신을 조장하며, 전략적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무조건적 반중을 외교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포장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사실과 멀거나 과장된 경우가 많다.

극단적 반중의 이론적 근거로 '초한전(超限戰)' 개념이 자주 인용된다. 이는 중국 공군 대령이었던 차오량과 왕샹쑤이가 1999년에 펴낸 동명의 저서에서 비롯되었다. '한계를 초월한 전쟁'이라는 뜻으로, 전쟁과 그 수단에 어떠한 제한도 없다는 주장이다. 기술 발전으로 군사·비군사의 경계가 사라져 모든 영역에서 모든 수단으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초한전은 중국이 스파이 활동, 언론 매수, 투표 조작 등을 통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는 근거로 활용된다.

하지만 『초한전』은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국의 압도적 군사기술 우위를 확인한 중국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책으로, 기실 중국과 중국군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사용한 적도 없는 개념이며, 저자들 또한 작전·전략 계통이 아니라 문예 보직에 가까운 인물들이다. 1저자 차오량은 이전에 주로 소설을 썼다. 『초한전』은 해방군문예출판사에서 출간된 대중서에 불과하며, 군사전략 학계에서는 거의 인용되지 않는다. 중국에서도, 그리고 중국의 침공에 대비하고 있는 대만에서조차 '초한전'은 진지한 전략 개념으로 간주되지 않는 것이다.

비슷하게, '하이브리드 전쟁'을 중국만의 사악한 특성으로 보는 시각도 지나친 과장이다. 군사와 비군사를 넘나드는 전쟁 방식은 인류의 역사 이래 모든 국가들이 사용해 온 보편적 방식이며, 최첨단 기술과 정보환경에 따라 진화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개념을 중국만의 위협으로 일반화하고 과장하는 것은 전략적 사고를 흐리게 만든다.



초한전(超限戰)은 1999년 중국 공군 소속 작가가 집필한 대중서 『초한전(超限戰)』은 기술 발전으로 군사와 비군사의 경계가 무너지고, 모든 영역이 전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를 과도하게 해석하면 현실을 왜곡하고 위기의식을 과장해 오히려 중국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감정이 아닌 전략적 접근 필요

반중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번영, 국익을 위해 얼마든지 전략적으로 반중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감정적이고 무차별적인 반중은 중국이 아닌, 우리를 분열시키고 파괴한다. '초한전' 같은 개념에 기반하여 '중국과의 상시적 전쟁'이라는 논리가 내면화되면서 우리 사회를 전시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친중·반중의 이분법적 사고가 퍼지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를 적대시한다. 근거가 부족한 반중 논리는 국제사회에서도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외교 역량을 약화시킨다. 중국을 상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내부 신뢰를 붕괴시키고 사회적 자원을 소모시킨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전략적이지 않다.

영국의 전쟁사학자 로렌스 프리드먼은 『전략의 역사』에서 전략의 목적은 상대를 단순히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변수 속에서 균형을 추구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상에는 고려해야 할 대상과 상황이 너무 많아서 공존과 공영이 이익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지나치게 한쪽만 적대하고 배제하는 전략은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낳을 수 있다. 국가전략과 외교정책도 마찬가지다.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대중 정책은 감정이 아니라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실에서 드러난 반중 감정을 인정하되, 그것이 장기적으로 국익을 훼손하지 않도록, 다양한 외교적 수단을 준비하고 교류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특히 대중국 정책은 어느 때보다도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조형진 교수는 인천대학교에서 중국학술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국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에서 국제정치학(외교학)을 전공했으며,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중국정치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중국 대한민국대사관 선임연구원, 한국유라시아학회 총무위원장, 중국학술원 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연구년을 맞아 대만 정치대학 국제관계연구중심의 방문학자로서 동아시아 국제정치, 한중관계를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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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기자 lotto@incheonilbo.com

출처 : 인천일보(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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