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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차이나-동행을 위한 한중협력] 15. “도시외교 지속…실리적인 다층적 협력 필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8-02 14:11
조회
426

[조형진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

아시아, 정치·안보협력 정체 현상
정치·이념 논리에만 치중한다면
안보 위기 가능성 오히려 커질 수도

이웃들과 지경학적 경쟁 더욱 치열
K-패러독스 우려…상호 교류 중요
유연한 협력관계 꾸준히 모색해야


▲ 미중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미일은 물론 대만 등 동맹국 또는 우호국 간 안보협력 긴밀해졌지만, 반도체 패권 등을 둘러싼 지경학적 경쟁은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만 신주시에 소재한 반도체 글로벌기업인 TSMC의 전시관에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과 수학여행 온 일본학생. /사진제공=인차이나포럼

#'아시아 패러독스'의 완화?

20세기까지 아시아는 경제가 성장하고 역내 국가들의 상호의존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갈등이 지속되며 안보협력도 미진했었다. 대표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동아시아의 성장을 함께 주도했지만, 독도를 둘러싼 영토 갈등과 위안부 등의 과거사 문제로 적대와 반감을 수시로 드러냈고 군사·안보 교류도 거의 없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셴카쿠열도(댜오위다오) 등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 여러 분쟁과 반목은 경제통합의 심화에 따라 정치통합이 착착 진행되던 유럽연합과 뚜렷이 대조되었다. 이처럼 아시아 역내에서 투자와 무역이 급증하지만, 정치와 안보협력은 정체되는 현상을 '아시아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아시아가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른바 '전략경쟁'의 주 무대가 되면서 아시아 패러독스가 완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일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고 있으며, 국내의 논쟁을 잠시 논외로 두자면 과거사 문제도 형식적인 진전이 있었다. 최근 우리 정부는 그동안 언급하기를 꺼리던 대만과 양안 문제에 대한 입장을 자주 드러내고 있다. 이를 우려한 중국이 지난 5월 한일중 3국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에 대해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을 굳이 보도했다는 사실은 오히려 한국과 대만 관계의 심화를 방증한다.

역내 안보협력의 구조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미국·영국·호주가 결성한 오커스(AUKUS)에 한국과 일본이 첨단기술 협력을 중심으로 참여한다는 이른바 '필러 2'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인도·일본·호주가 결성한 쿼드(QUAD)에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 등이 참여하는 '쿼드 플러스' 논의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그동안 금기시되던 일본과의 군사·안보 협력이 진척되고, 더 나아가 '3국 동맹'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반영되었는지 몰라도 여러 통계조사를 종합해 보면 한국, 일본, 대만 국민 간 상호 감정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현재 일본의 해외 여행객 중 가장 높은 비율을 한국인이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대만이다.

#뒤집힌 '아시아 패러독스'

역내 가장 큰 행위자인 중국에 대한 견제를 공동의 목표로 삼고, 지리적 역외 국가인 미국을 중심으로 협력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지역 협력의 개선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반론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을 차치하더라도 아시아의 지역 협력이 발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제통화기금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자본 흐름은 둔화되고 있다. 코로나의 영향도 크지만, 미중 전략경쟁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신냉전'으로 인하여 지정학의 논리가 지경학, 즉 경제 논리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IMF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중국에 대한 투자는 감소하고 지역별 블록화도 나타나고 있다. 유럽의 선진국들과 미국을 포함한 아메리카 국가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아시아 지역은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상호 간 투자를 받지도, 하지도 않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군사·안보 협력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 일본, 대만 등 동북아 선진국들로 좁혀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우리의 미국에 대한 수출이 대폭 증가하면서 무역수지가 개선되었지만,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를 벌충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무역량은 십 년 전보다도 못하며 우리의 적자도 여전하다. 대만과의 무역 역시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과 주요국과의 상호 투자도 비슷한 양상이다.

역설적이게도 지정학적으로 가까워진 이웃 국가들과의 지경학적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대만, 일본과 미래의 생존을 걸고 경쟁하고 있다. 가까워진 일본은 네이버가 자국 기업 라인야후와 협업하여 만든 글로벌 메신저 '라인'의 지분을 모두 가져가려고 시도했다. 경제 성장과 상호의존이 안보 협력을 강화하지 못했던 과거와 반대로 정치·안보 분야의 협력 증진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경제적 상호이익이 뚜렷이 증가하지 못하며 오히려 상호 경쟁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아시아 패러독스'의 논리가 뒤집힌 것이다.

▲ 미중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미일은 물론 대만 등 동맹국 또는 우호국 간 안보협력 긴밀해졌지만, 반도체 패권 등을 둘러싼 지경학적 경쟁은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만 신주시에 소재한 반도체 글로벌기업인 TSMC의 전시관에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과 수학여행 온 일본학생. /사진제공=인차이나포럼


▲ 미중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미일은 물론 대만 등 동맹국 또는 우호국 간 안보협력 긴밀해졌지만, 반도체 패권 등을 둘러싼 지경학적 경쟁은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만 신주시에 소재한 반도체 글로벌기업인 TSMC의 전시관에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과 수학여행 온 일본학생.. /사진제공=인차이나포럼

#'K-패러독스'에 빠지지 않도록 유연하고 실리적인 다층적 협력을 모색해야

물론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동이 진행되는 와중에 좋았던 시절을 비교 대상으로 삼고 그리워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다시 돈독해진 우리의 이웃들도 정치와 안보의 논리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7월 중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끝나자마자 미국의 골드만삭스·스타벅스·나이키·퀄컴·허니웰 등 미국 기업 대표단이 중국으로 몰려갔다. 중국의 대만 침공설에도 불구하고 양안 도시들의 교류는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정치와 이념의 논리에만 치중한다면, 군사·안보 협력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보 위기와 전쟁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지정학적 이웃들과의 냉엄한 지경학적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 아시아 패러독스가 아니라 더 위험하게는 한국만 유독 안보와 경제가 모두 불안해지는 우리만의 코리아 패러독스, 요즘 유행하는 조어법으로는 'K-패러독스'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인천이 여러 외부적 요인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도시외교를 지속해 온 사례처럼 정치와 안보를 챙기면서도 유연하고 실리적인 다층적 협력을 모색해야만 하는 이유다.



조형진 교수는



인천대 중국학술원에 재직 중이며, 현재 중국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중국의 농촌과 농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한중관계, 중국공산당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논문을 발간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선임연구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회의 상임위원, 중국학술원 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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