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차이나-동행을 위한 한중 협력] 14. “문화다양성 인식 전환…창의·역동성 키우는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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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024-07-1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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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아 인천대 중국학술원 원장_중어중국학과 교수]
소수자 배려 아닌 상호 의존성 중요
인천, 대중국 공공외교 강화 등 나서
디아스포라영화제 등 다채로운 시도
내향적 국제화 통해 공존 사회 구성
지방외교 시대 개방적 공동체 구축을


▲ 인천시는 2016년 '한국 최초, 인천 최고 상징 아이콘' 100개를 개발하여 도시 홍보 및 정체성 알리기에 활용하고 있다. /사진제공=인천시
올해 2월 열린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 및 증진 협약) 정부 간위원회에 참석하여, 문화다양성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회의에서 문화다양성은 단지 어떤 집단이나 국가의 '문화'를 보호하고 배려하기 위한 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위해 절실히 필요한 것으로서 논의되고 있었다.
문화다양성에 대한 인식 전환해야, 소수자 배려가 아닌 상호의존과 호혜
문화다양성이라는 단어는 많이 쓰이고 있지만, 그 뜻은 다소 좁게 또는 잘못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소수자 집단이 차별받지 않게 '배려'한다거나, 소수자들이 다수자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도록 돕는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이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다양성은 결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겐 근본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화다양성 교육 커리큘럼 개발을 위한 지침서』(한경구 등, 2015)는 여러 문화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한 집단 문화 내의 다양성도 중요하다고 하면서, 특히 현재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과제가 바로 이 문화 내 다양성 증진이라고 지적한다. 문화다양성 교육도 이주민 등의 소수자만 받는 것이 아니라 다수자와 소수자 모두를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 즉 다수자와 소수자의 호혜적 관계와 상호의존성을 모두가 함께 인식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문화다양성 교육의 대상이자 주체다. 『아동·청소년 대상 문화다양성 교육 현황 진단 및 주요국 사례연구』(박민정 등, 2021)도 한국에서 '다문화 이해 교육'이 일방적 이해를 강조한다고 지적하며, 상호성을 강조하는 '문화다양성 교육'으로 나아갈 것을 제시한다. 문화다양성은 소수자 배려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키우는 출발점이다.
문화다양성과 맞닿아 있는 지방정부의 내향적 국제화
인천연구원의 『인천의 중국 도시외교 기본 방향과 과제』 보고서(2022)는 인천의 중국 도시외교 방향 중 하나로 대중국 공공외교 강화와 함께 '내향적 국제화' 강화를 제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내향적 국제화가 바로 문화 내적 다양성과 상통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과제로 동아시아 미래세대 소통·평화 교육 적극 추진과 다문화가정·유학생 공공외교 강화가 제안되었는데, 이는 문화다양성 교육과 직결되는 과제들이다.
인천시는 한중교류를 포함해 국제교류를 앞장서서 활발하게 해왔다. 국내외 정세 변화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지속적 교류를 통해 장기적 신뢰를 구축해 왔다는 점에서 인천시의 지방외교는 모범적 모델을 보여준다. 지방외교의 장점으로 다변화가 꼽힌다. 인천시도 다변화를 더욱 강화해 나가면서 인천만의 특색있는 지방외교 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천시의 여러 행정단위가 국제화 역량을 계속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도 필요하다. 인천의 여러 지역에서 이미 힘쓰고 있는 내향적 국제화가 이 점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외부와의 교류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주민들이 존엄성을 유지하며 공존하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 또한 지방외교 시대에 점점 더 강조되어야 할 과제다.

▲ 인천시 영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12회 디아스포라영화제가 '다양성의 미래, 공존의 시작'을 슬로건으로 지난 5월 17일 개막했다. 영화제는 지난 11년간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영화 상영과 특별 강연, 전시 등 다채로운 시도를 통해 인천의 문화정체성을 반영한 대표적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사진제공= 인차이나포럼
문화다양성의 역사·정체성 갖춘 인천
내향적 국제화를 통해 각 지역사회를 공존과 공생의 공동체로 만드는 데 있어서 바로 문화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핵심적이다. 어느 지역이나 고정된 하나의 정체성만 가진 경우는 없지만, 인천은 특히 독특한 역사에 기반한 복합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최영화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지적하듯 인천은 관문도시·국제도시·개항도시·다국적 도시·접경도시 정체성을 동시에 지닌다.
인천연구원의 『인천 문화다양성 자원 현황과 활용방안』 보고서(2019)는 인천의 문화다양성 특성으로 해양성·국제성·관문성·융합성을 들고 있다. 최근 재외동포청 출범으로 인천은 문화다양성 도시로서 더욱 중요한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민의 역사는 인천의 문화다양성에서 특히 소중한 문화적 자원이다. 이민과 이주는 단지 주류 사회에 대한 적응의 문제가 아니다. 이주민들이 가진 문화와 삶의 경험은 그들의 거주 사회 문화와 상호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풍부하게 만든다.
창의성에 기반한 역동적 공동체 만들기
인천은 이미 여러 지역과 단체, 개인들이 문화다양성과 관련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오랫동안 좋은 평가를 받아온 '디아스포라영화제', '함박웃음 문화학교', '두근두근 식탁' 등이 그 예다. 또한 우리는 문화다양성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외부인, 소수자, 이주민 문화만 관련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문화 내적 다양성도 간과해선 안 된다.
인천시에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 다양한 주제로 문화다양성 사업을 기획하고 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발달장애 청년과의 연극공연, 다양한 문화 주체와의 네트워킹, 문화다양성에 대한 우리 가족만의 그림책을 제작해보기 등의 프로그램은 바로 문화다양성을 좁은 의미에 국한시키지 않고 넓히면서 동시에 시민과 문화예술가들이 기획하는 의미 있는 활동들이다. 이처럼 문화다양성에 대해 사고를 확장함으로써 모두가 존엄성을 유지하며 공존하는 역동적인 지역사회를 만들고, 이에 기반하여 여러 나라와 다양하고 풍부하게 교류하는 개방적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장정아 교수는

▲ 장정아 인천대 중국학술원 원장·중어중국학과 교수
인천대 중어중국학과에서 중국문화를 가르치고 있으며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학부와 석박사를 했다. 홍콩중문대 방문학자, 현대중국학회 문화 부회장을 역임했고, 중국본토와 홍콩에서 국경지대 농촌, 문화유산과 민족주의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인천시 국제도시화위원회 위원이자 학술지 '비교문화연구' 편집위원장, 인천대 중국학술원장, 중국·화교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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