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차이나-동행을 위한 한중 협력] 13. “한중 관계 첫걸음, 지방정부 선도적 역할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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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024-07-1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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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환 한신대 유라시아연구소 소장·중국학과 교수]
지방정부 실익 바탕 능동적 개척 나서
인천, 자율성 발휘 적극적인 움직임
교류 협력 채널 지속해서 유지·관리
향후 진행목표, 행사성 방문만큼 중요
일부 지방정부, 중복 교류 진행도
형식적 협력 탈피 비전·로드맵 세워야

세계질서 전환기, 지방 역할 중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탈냉전에서 다른 시대로의 세계사적 전환이 더욱 촉진되고 있다. 물론 현재진행형인 이 전환의 결과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몇 가지 특징에 눈길이 간다.
먼저 정치경제 질서가 기존의 '국가'에서 '세계'로 그 범위와 행위 주체 등이 확대되고 있다. 즉 국가 중심이던 질서에서 민족·종교·문화·비국가 조직 등 다양한 요인과 주체들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불확정성이 심화하고 있는데 이는 독립변수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마디로 기존의 이론과 규범 등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서 그 향방을 예측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각 주체의 적극성 정도가 제고되고 있다. 만약 개인이라면 높은 불확정성으로 인하여 행동의 적극성이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세계 정치경제 질서에서 국가를 포함한 각 주체는 존재론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하지 않으면 몰락할 수 있기에 오히려 이를 기회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인 행태를 보일 것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중앙정부의 전유물이었던 대외정책 영역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강화될 가능성은 논리적, 그리고 경험적으로도 높다. 현재의 시기적인 조건에서 지방정부의 자율성은 제고될 것이며, 대외관계 영역도 예외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러한 시대적인 특징에서 각국의 지방정부가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는 것일까? 한국 지방정부의 역할은 대중국 관계에서 도드라질 것이다. 한중관계가 세계사적 전환의 과정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인천시는 2024년 6월 27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서 '제7회 인천-웨이하이 지방경제협력 공동위원회'를 개최, 한중 FTA 협력의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인천과 웨이하이는 한중 FTA 체결에 따라 지방경제 협력 시범도시로 지정되어 다양한 교류 협력을 일궈왔다. /사진제공=인천시
지방정부, 실익에 바탕을 둔 자율성을 가져야
현재의 시기는 지방정부에게 실리적 이익에 기초한 자율성을 요구하고 있다. 한중관계를 예로 들면, 현재 각 중앙정부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별개로 양국의 실질적인 관계는 긍정적이지 않다. 한국과 중국 중앙정부의 외교 전략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국의 지방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대부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며, 특히 중국 지방은 체제 특성상 중앙정부와 결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실익에 바탕을 두고 지방정부가 능동적으로 대외관계를 개척한 예도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한국의 인천시를 볼 수 있다. 인천은 대중국 관계에 있어서 선도적이며 자율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동아시아의 지중해라 할 수 있는 황해권역의 중심도시인 인천에 있어 중국과의 교류·협력이 갖는 실리적 중요성은 매우 크다. 한중 정부 간 다소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더라도 인천은 중국과의 교류 협력 채널을 지속해서 유지·관리하는 한편, 더 나은 한중관계를 선도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사드 이슈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2017년 당시, 유정복 인천시장이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해빙을 위해 노력한 점, 그리고 2016년 창립한 인차이나포럼을 현재까지 발전시켜 온 점을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한편 인천시는 지난 6월 27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에서 <제7회 인천-웨이하이 지방경제협력 공동위원회>를 개최, 한중 FTA 지방경제 협력 시범지 역할의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인천시의 이런 활동은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시의 이익에 근본적인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동시에 세계질서 전환기의 시대적인 특징을 비교적 잘 파악하고 있기에 가능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지방정부가 가진 독자적인 이익의 기반과 원천이 넓어지며, 자율성을 발휘할 여지가 커지는 것이 현재 세계 정치경제 질서의 전환기 특징임을 이해해야 한다.

한중관계 이니셔티브 확보, 지방정부 역할 중요
한편 지난 5월 한중관계의 일정한 회복을 의미하는 중앙정부 간 합의들이 발표되었다. 고위급 대화체 출범, 양국 FTA 2단계 논의 추진 등이 그 주요한 것들이다. 지방정부는 어떻게 이 국면에 대응할 것인가?
한중관계에서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해서는 중국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더 큰 지방정부의 대외활동이 중요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선 인천시의 사례처럼 각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 국면의 유불리를 판단하고, 지역 실익에 기초하여 더욱 자율적으로 입장과 태도를 정해야 할 것이다. 한중관계 회복이 자신에게 매우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지방단체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
형식적 한중 지방 교류 극복, 비전·로드맵 필요
일부 지방정부들이 현재의 한중관계 회복 국면을 활용하여 중국방문을 진행하였거나 추진 중으로 알려져 있다. 반드시 성과가 있기를 바라지만, 이와 동시에 정리 및 정비해야 할 일들이 있다.
현재 한국의 지방정부는 복수의 중국 지방정부와 자매 및 우호 관계를 맺는 등 중복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방정부가 경제통상 지원을 명목으로 일부 도시에 편중하여 해외 사무소를 설치하고 운영 중이다. 이른바 지방정부 간 교류와 협력에 있어서 한중간 비대칭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각 지방정부는 그동안의 대중국 교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향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로드맵을 작성하는 것이 행사성 방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정부가 '자율성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첫걸음이다.
주장환 교수는

한신대 중국학과 교수 겸 유라시아연구소 소장이다. 중국 베이징대에서 정치학으로 석박사를 취득했다. 엘리트 정치, 중국정치경제 그리고 동아시아 국제관계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유라시아학회 회장, 중국 중산대 인문고등연구원 방문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분석과 대안 편집위원장,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조직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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